확정기여(DC)형·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와 디폴트옵션 제도까지 근로자 스스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려고 해도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에 가로막혀 투자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 활용도가 높아졌지만 현행 규정상 미국 국채 같은 초안전자산에 투자하는 ETF라고 해도 위험도가 높다고 분류돼 연금 계좌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금업계에서는 노후 보장 역할을 담당하고 장기로 운영하는 연금 특성상 고위험 상품 투자를 막는 것은 맞지만 위험도를 판정하는 기준이 시장 기준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은 만큼 달라진 시장 상황에 맞춰 이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4일 현행 퇴직연금감독규정에 따르면 파생상품 비중이 40%를 초과하는 상품은 DC형과 IRP에 편입할 수 없다. 여기에는 레버리지·인버스처럼 고변동성을 활용하는 ETF뿐만 아니라 미국 국채 선물 ETF 역시 포함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라고 해도 선물 투자를 위한 파생상품 비중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퇴직연금을 활용한 투자가 불가능하다. 최근 1년간 9%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TIGER 미국채10년선물이 대표적이다.
TIGER 미국S&P500선물(H), KODEX 미국나스닥100선물(H) 등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종목 역시 선물형일 경우 퇴직연금 계좌에 담을 수 없다.
요즘처럼 전 세계 시장에 변동성이 클 때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높은 금·은·구리 같은 원자재도 선물 거래 방식을 활용한 ETF가 많은데 역시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용사들은 선물 거래를 활용하거나 미국 국채에 현물로 투자하는 외국 ETF를 구성 종목에 담은 재간접 투자 방식의 ETF만 운용하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규정이 까다롭다 보니 이를 충족하기 위해 상품을 만들 때 재간접 투자 등 추가적인 조치를 더 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할 수수료도 더 늘어난다"며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일 경우 규정을 일부 완화해 투자자의 선택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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