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해 2월 태어난 지 10일된 아기를 차 트렁크에 넣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남녀의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호송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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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0일 된 갓난아기를 차량 트렁크에 방치·살해하고, 시신을 경기 화성시 제부도 풀숲에 유기한 친부모에게 각각 징역 8년과 6년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살인과 시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30대 친모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40대 친부 B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7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2023년 12월 29일 용인시의 한 병원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했다. A씨와 내연 관계이던 아기의 친부 B씨는 A씨가 퇴원한 이후 숙박업소, 차량 등에서 생활하면서 아기를 차량 트렁크에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올해 1월 8일 아기가 숨진 것을 알고 같은 달 21일 제부도의 한 풀숲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A씨의 결심 재판에서 A씨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분만 직후 영아를 살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살인죄가 아닌 영아살해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영아살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형량이 감경된다.
반면에 B씨는 “A씨와 공모한 적 없다. A가 범행을 주도했고 자신은 아이를 입양 보낸 줄 알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절대적으로 자신에게 의지해야 하는 영아를 숨지게 하고 사망 이후 사체를 유기해 죄질이 안 좋다”며 이들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씨는 영아살해죄를 주장하지만, 영아는 분만 직후 태어난 아동”이라며 “이 사건 범행은 출산 이후 10일째 되는 날 병원을 퇴원하고 발생한 사안이라 영아살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할 가치이며, 갓 태어난 영아라고 해도 어떠한 사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며 “자녀는 독립된 인격체로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고 부모의 능력에 따라 생사가 결정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자녀를 살해한 경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부인하는 B씨에 대해서도 “A씨가 아이를 방치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공범 B씨에게 범행을 전가해 죄질을 더욱 무겁게 볼 수밖에 없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A씨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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