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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단독] "친구랑 집으로 오라더니"…우울증 갤러리서 성착취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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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미성년자에게 접근한 남성들이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가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1년이 지난 지금, 저희가 취재해 봤더니 해당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범죄가 또다시 벌어지고 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지, 정부 대책에 문제는 없는 건지, 오늘(12일)부터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김보미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김보미 기자>

[그만해 달라 살려달라 해도 그냥 그 반응을 즐기는 것 같았어요.]

[신대방팸보다 훨씬 더 악질이고, 그런 목적으로 우울증 갤러리에 들어와서]

진학 스트레스 등으로 잦은 우울감에 시달렸던 16살 A 양.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로부터 위안을 얻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해 중순,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A 양 (당시 16세) : 얘기를 하고 싶기도 했고 같이 놀 친구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되는데….]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한 20대 남성으로부터 받은 제안,

[A 양 (당시 16세) : 친구랑 같이 자기 집으로 오라고. 재워주겠다, 맛있는 것도 사주겠다.]

이게 악몽의 시작일 줄 몰랐습니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남성의 집에서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진 겁니다.

[A 양 (당시 16세) : 한 잔 마시고 기억을 잃었거든요. (술을) 마시는 것까지만 기억나고 그다음 기억은 (그 남자)가 그렇게 (성폭행을) 하는 장면이었고 정신 차렸을 때는 아침이었어요.]

큰 충격을 받았지만 가족이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고 혼자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A 양 (당시 16세) : 엄마한테나 그런 거를 다 얘기를 못 하니까. 그 이후로 정신과 약을 꾸준히 복용을 하고 있어요.]

역시, 지난해 말 우연히 우울증 갤러리를 알게 된 14살 B 양.

[B 양 (14세) : 한창 우울증도 심했고 의지할 데도 없었고, 검색하다가 우울증 갤러리가 떠서]

연락해 온 남성들과 어울리다가 원치 않는 임신에 낙태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B 양 (14세) : ○○○가 저랑 같은 곳에서 자게 됐거든요. 그러다 터치가 있고 얼마 안 된 다음에 XXX가 와서 또….]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남성들은 불법 낙태약을 구해 건네며, 낙태를 강요했다고 말합니다.

[B 양 (14세) : '솔직히 너한테 책임이 다 있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약을 먹고) 배가 너무 아픈 거예요. 병원에 갔는데 병원 문이 닫혀있어서 앞에 그냥 주저앉은 적이 있어요.]

취재진이 확인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심리적으로 의지할 곳이 필요해 우울증 갤러리를 찾았던 경우였습니다.

[C 양 (15세) : 저한테도 막 술 먹고 때리거나 목을 조르거나 발로 차고 싫다 했는데도 막 벗기고….]

이처럼 가해 남성들은 우울증 갤러리에 글을 올린 어린 소녀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히데'라는 닉네임의 20대 남성이 주축이 돼 이른바 '팸'을 꾸린 뒤 폭력과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겁니다.

[A 양 (당시 16세) : '히데'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히데' 집에서 애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팸이 점점 꾸려졌고…. 어린 애들은 대부분 돈도 없고 잘 곳도 없는데 그냥 여기서 재워줄 테니까 밥도 사주고 술도 사줄 테니까 와라.]

지난해 여중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구성된 '신대방팸' 등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지만, 이후에도 같은 사건이 또 벌어진 겁니다.

[A 양 (당시 16세) : 자랑하듯이 뭐 자기가 '신대방팸이랑 신림팸 애들이랑 친했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얘기하긴 했었어요.]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 : 강남 여중생 사망 사건이 터지고 나서 의제강간이 많이 줄었구나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이제 '울스타'라는 인스타그램으로 넘어와서 애들을 유혹하는 방법으로 바뀐 거예요. 더 많아요 사건이.]

피해자들이 가해자로 지목한 20~30대 남성은 현재까지 4명.

피해자들의 고소와 주변인들의 신고에 따라 경찰은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 등으로 이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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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피해자는 한순간에 정신을 잃었다고 증언했죠. 저희 취재 결과 미성년자들에게는 복용이 금지된 약물인 수면제의 일종 졸피뎀이 사용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이 내용은 박수진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박수진 기자>

가해 남성들이 우울증 갤러리에서 알게 된 미성년자들을 불러들여, 술을 마시고 성범죄를 저지른 장소로 지목된 곳, 집주인인 20대 남성의 닉네임을 따서 이른바 '히데 하우스'로 불립니다.

이곳에는 항상 수면제인 졸피뎀이 잔뜩 있었다는 게 방문자들의 증언입니다.

[현장 목격자 : 약이 하도 많다 보니까 약을 따로 소분해서 모아 놓은 걸 봤거든요. 그 바구니에 애들이 뭐 필요하다고 얘기할 때마다 나눠서 먹더라고요.]

[B 양 (14세) : 담배를 피우고 졸피뎀을 나눠 먹으면서 다른 미성년자 여자애들한테도 약을 나눠주고.]

모임이 있을 때마다 술과 졸피뎀을 함께 먹는 이른바 '술피뎀'을 즐겼다는 겁니다.

[A 양 (당시 16세) : 졸피뎀을 술이랑 같이 마시면 환각 상태라고 해야 되나, 마약처럼 되는 게 있어서.]

[현장 목격자 : 약발이 약하니까 약을 빻아서 먹기도 하더라고요. 하얀색 가루가 이제 술잔 주변에 떨어져 있는 걸 한번 본 적 있었어요.]

졸피뎀은 약물 의존성과 오남용 우려가 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고, 미성년자는 처방도, 복용도 불법입니다.

특히, 과다 복용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정신과 기억을 잃기도 합니다.

[A 양 (당시 16세) : 일단 술을 마시자 해서 술을 꺼냈고 한 잔을 마셨을 때 기억을 잃었어요. (소주 한 잔이요?) 네. 아무래도 뭘 탄 거 아닐까. 저랑 같은 수법으로 술을 마시고 기억을 잃고 당했다는 애들도 많았고.]

어린 소녀들에게 이른바 '술피뎀'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성폭력을 하는 걸 직접 봤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현장 목격자 : 정신과 약을 먹이고 술을 먹인다고 해야 하나 술약을 하고 의제강간 하는 걸 한 번 봤었어요.]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가운데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경찰 수사를 받은 인물도 있습니다.

[우울증 갤러리 성범죄 피해자 : 마약 공급책이 XXX라는 진술도 지금 여러 명한테서 나오고 있어요.]

[이은의/성범죄 전문 변호사 :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항거불능 상태를 만드는 거잖아요? 죄질로서 평가가 되기 때문에, 훨씬 더 심각하고 무겁게 처벌을 받습니다.]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성인 남성들이 졸피뎀 등 마약류를 사용한다는 의혹은 지난해에도 제기됐고, 경찰 수사를 통해 일부 혐의자가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전민규, 디자인 : 김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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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보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취재하게 된 배경은?

[김보미 기자 : 지난해 신대방팸 사건이 불거졌을 때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때 남성 4명을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나 실종아동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송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관련된 범죄가 억제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취재진은 몇 달 전 제보를 통해 1년이 지난 지금도 우울증 갤러리는 여전하다는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처음에는 구체적인 범죄 형태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았었는데요. 제보자와 함께 갤러리를 몇 달간 모니터링하고 또 직접 글을 올려 가면서 익명의 유저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 실체가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피해자를 확인했고 이들은 피해 사진이나 또 술피뎀 정황 등이 담긴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또 가해 남성들은 이른바 '히데 하우스'라는 곳에서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으며 집단 성범죄에 가까운 행위를 벌여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Q. 왜 범죄가 반복되나?

[김보미 기자 : 취재에 응한 다수의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은 지난해 경찰의 반짝 수사가 있고 나서 오히려 많은 유저들이 새로 유입됐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우울증 갤러리 뿐만 아니라 다른 SNS도 하나의 창구로 활용됐는데요. 더 중요한 건 앞서 보셨듯이 피해자들이 하나같이 다 어린 미성년자라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 사실이 가족이나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는 상태인데요. 이 중에는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여럿 있었는데, 이런 점을 감안하면 더 피해가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희는 피해자들이 당한 2차 피해 실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또 가해 남성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한 명 한 명 추적을 했는데 이 내용은 후속 보도를 통해 전해 드리겠습니다.]

(영상편집 : 오영택)

김보미 기자 spring@sbs.co.kr
박수진 기자 star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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