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갈래로 얇게 자라 발견 어려워
서양보다 한국 등 아시아인에 흔해
해외선 면역항암제 활용 치료 활발
간과 십이지장을 연결하는 기관인 담도에 생기는 담도암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모두 까다로운 암이다. 암세포가 담도를 따라 여러 갈래로 얇게 자라는 특징으로 초음파 등 진단 기기로 암을 발견하기 어렵다. 자각 증상도 복통, 소화불량, 메스꺼움 등으로 비특이적이라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 담도암으로 진단받는 환자의 70%는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 병기에서 확진된다. 대한종양내과학회 박준오(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사장에게 담도암 생존율을 2배로 끌어올린 최신 면역항암 치료 트렌드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박준오 이사장은 “담도암 장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신 담도암 면역항암제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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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담도암이 국내 암 사망률 1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이 최근 나왔다.
“그래서 걱정스럽다. 60대 이상에서 호발하는 담도암은 인구 고령화로 국내 환자 수가 늘고 있다. 다행히 국내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담도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제시하면서 수술이 어려운 진행 병기 담도암의 치료적 대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암담한 담도암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국가적 지원은 부족한 편이다. 예후가 좋지 않았던 폐암은 최근 10년 동안 10개 이상의 항암제가 건강보험 급여로 지원되면서 5년 상대 생존율이 2010년 20.3%에서 2021년 38.5%로 18%포인트나 개선됐다. 반면에 같은 기간 담도암에 급여가 적용된 신약은 단 한 개도 없다. 국내 담도암 치료 성적은 전 세계 최하위권이다. 담도암 면역항암제 등 최신 치료법 적용이 어려워 생존율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추측한다.”
-한국 의료진이 전 세계 최초로 제시한 담도암 면역항암 치료의 효과는 어떤가.
“기존 항암화학요법 이후 12년 만의 신약이다. 여러 항암제가 담도암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하려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우리나라 의료진이 제시한 담도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수술이 어려운 진행 병기 담도암 치료의 글로벌 표준이다. 면역항암제 더발루맙 병용요법은 기존 화학항암요법 대비 담도암에서 전체 생존율(OS), 무진행생존기간(PFS), 객관적 반응률(ORR) 등 주요 평가 지표가 모두 개선된 것을 유일하게 입증했다.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담도암에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를 했더니 치료 3년 시점 전체 생존율이 14.6%로, 기존 항암 화학요법(6.9%)과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면역항암제의 장점인 롱테일 효과(Long-tail effect), 즉 ‘장기간 생존을 보이는 현상’을 확인했다. 치료 편의성도 높다.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치료 초반에만 화학항암요법과 병용하고 이후에는 면역항암제만 단독 투여한다. 화학항암제 투여에 따른 부작용 위험을 낮추면서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며 계속 일할 수 있어 노동력 손실을 막는 데도 긍정적이라고 본다.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환자 중 면역항암제 치료로 7~8년 이상 생존한 경우도 있다.”
-해외에서는 면역항암제를 활용한 담도암 치료가 활발하다고 들었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암 치료 지침서인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담도암 환자에게는 면역항암제인 더발루맙을 병용하는 치료법을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담도암 면역항암 병용요법의 임상적 유효성이 확실하다고 판단,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담도암 적응증을 승인받기도 전에 진료 가이드라인을 바꿔서 인상적이었다. 영국은 열악한 담도암 진단·치료 환경과 더발루맙의 혁신성을 반영하는 등 빠르게 급여를 인정했다.”
-비급여 치료는 경제적 문제 등으로 거부감이 클 것 같아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이 약값을 부담하는 비급여로만 담도암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가 가능하다. 장기 생존율을 높이는 등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지만, 진료실에서 담도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권하면 10명 중 5~6명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거부한다. 우리 병원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다른 병원은 치료 거부 비율이 더 높다. 임상적 예후가 더 긍정적인 신약을 눈앞에 두고도 접근성이 떨어져 차선책을 선택하고 있다. 담도암 면역항암제인 더발루맙 임상 연구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 참여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높다. 한국인 임상만 분석 연구를 하고 있는데 결과가 더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 담도암 치료 분야에서 한국 의료의 위상을 높였지만, 정작 건강보험 급여 문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쓰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수술이 어려운 담도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채 1년도 안 되지 않나.
“담도암은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발견되는 환자가 10명 중 2~3명에 불과하다. 수술이 불가능한 담도암 환자에게 남은 기대여명은 6~12개월 수준이다. 이들이 고려할 수 있는 항암 치료는 부작용 부담이 높은 화학항암치료(젬시타빈+시스플라틴)가 유일하다. 담도암이 처음 발생한 장기에서 벗어나 원격 전이된 진행 병기의 5년 상대 생존율은 3.2%다. 담도암 장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신 담도암 면역항암제인 더발루맙 급여 적용이 절실하다.”
-학회 차원에서도 담도암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
“담도암은 서양보다 한국 등 아시아인에게 흔하다. 학회에서 담도암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이 연구하는 이유다. 생존기간 연장 등 치료 성적을 향상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항암 치료 분야 전문가로서 학회 차원에서 담도암 환자를 포함해 면역·표적 항암제 등 효능이 입증된 신약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도 지원하겠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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