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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이슈 빈대 공포 확산

"킁킁, 여기 빈대 있어요"…그 여행가방 열자 빈대 5마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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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열린 세스코 빈대 탐지견 시연회에서 국내 최초 빈대탐지견 '세코'가 터미널 내부를 거닐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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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입국한 대학생 전선재(23)씨가 여행 가방을 열자마자 비글 세코(CECO)가 코를 박고 킁킁댔다. 잠시 뒤 세코는 홀연히 자리를 뜨며 ‘이상 무(無)’라는 신호를 보냈다. 세코는 위생기업 세스코가 1년여 간 특훈시켜 육성한 국내 첫 빈대 탐지견이다. 전씨는 “한 달간 외국에 머물러서 빈대가 걱정됐는데 강아지가 순식간에 확인하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세코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민·관 합동 빈대 유입 방제 대책의 하나로 이날부터 실전 탐지에 투입됐다. 세코는 시연회에서 여행 가방 세 개 중 빈대 5마리가 담긴 용기를 넣은 가방을 10초 만에 찾아냈다. 세코는 신속·정확하게 탐지한 보상으로 양고기 육포를 받았다. 신재성 세스코 선임컨설턴트는 “빈대가 뿜는 페로몬을 감지해 알부터 성충까지 가리지 않고 찾아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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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9시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세코가 여행 가방에 코를 박고 킁킁대고 있다. 이날 처음 빈대 탐지 작업에 투입된 세코는 약 한 달 간 인천국제공항에서 활동한다. 20분 동안 집중 근무한 뒤 30분 동안 휴식을 취한다. 이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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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빈대 탐지견 세코가 발견한 빈대들. 세코는 망사로 덮인 용기 틈으로 풍기는 페로몬을 감지해 10초 만에 빈대를 찾아냈다. 이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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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프랑스 파리올림픽 등으로 해외 방문객이 늘면서 정부가 귀국 시 빈대가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 나섰다. 지난 8일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질병관리청은 민간과 협력해 빈대 방제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는 유럽에서 확산한 빈대가 서울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발견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12월 인천국제공항에 설치한 ‘위생 해충 방제 쉼터’도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방제 쉼터에는 의류·수화물 등을 50℃ 고온으로 건조할 수 있는 열풍기 총 10대(제1터미널 8대, 제2터미널 2대)를 뒀다. 고열에 약한 빈대는 45℃ 이상에 노출되면 죽는다. 이용자가 자율적으로 쉼터를 찾아 물품을 열풍기에 넣고 약 30분간 소독하면 된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제1터미널 방제 쉼터에 가보니, 문이 잠겨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하 1층 구석에 있어 접근성도 떨어졌다. 이날 오후 파리에서 입국한 김모(30대)씨는 “방제 쉼터가 있다는 안내를 따로 받은 적은 없다”며 “빈대가 걱정되긴 하지만 쉼터를 찾아 헤매자니 피곤해서 그냥 집에 가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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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1시 33분쯤 찾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위생 해충 방제 쉼터'는 문이 잠겨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원래 방제 쉼터의 이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다. 이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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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열풍기가 공간을 꽤 차지하는 데다 소리가 커서 남는 공간에 설치했는데 홍보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안내 포스터를 제작해 공항 이용객이 방제 쉼터로 갈 수 있게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항공기와 공항 내 주요 시설의 방역 소독과 모니터링도 강화하기로 했다. 파리∼인천 노선에 투입된 항공기를 중심으로 기존에 월 1회 실시하던 기체 소독을 주 1회로 늘린다. 기내에서 빈대가 발견되면 즉시 공항 검역소에 통보해 조치할 예정이다. 공항에서는 이용객이 많은 환승 라운지, 입국장 등 주요 구역에 대한 소독을 기존 월 1회에서 주 1회로 강화하기로 했다. 휴게 공간 및 수하물 수취 구역 등에는 빈대 트랩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빈대는 발견되면 방제가 어려워 사전에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민·관 협력으로 공항에서부터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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