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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란, 對이스라엘 보복 폐기 검토…가자지구 휴전이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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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對이스라엘 보복 천명했지만 정치·경제 부담 커

CNN "가자지구 휴전, 보복 철회 외교적 명분으로 충분"

팔레스타인도 "확전 아닌 휴전 필요"…이란 힘 실어줘

바이든, 이집트·카타르와 공동성명…"최종 휴전안 준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이 가자지구 휴전을 조건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계획을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데일리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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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이란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자국 수도인 테헤란에서 살해당한 뒤 성급하게 이스라엘에 보복을 천명했다. 이를 철회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가자지구 휴전은 이란이 복수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숨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니예는 지난달 31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피해 당사자인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친(親)이란 무장세력들과 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을 명령했다. 안방이나 다름 없는 테헤란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던 만큼, 얕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무장관 대행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회의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현재 이스라엘 정권의 침략과 위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적절한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란은 정권의 침략에 맞서 합법적 방어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확전에 우려를 표하며 가자지구 휴전만이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사가 “이 지역에 필요한 건 확전이 아닌 휴전이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영토를 보존하고 주권을 존중하는 데 대한 강력한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피해 당사국이라는 점에서 함께 의외의 주장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란과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바게리 카니 대행이 유엔 안보리가 나설 경우 보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CNN은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짜여진 연극일 수도 있다”고 봤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도 CNN에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침략이 근본 원인”이라며 “확전을 막는 첫 번째 단계는 휴전”이라고 밝혔다. 사파디 장관은 회의에 앞서 지난 4일 테헤란에서 바게리 카니 대행 및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잇따라 만났는데, CNN은 이에 대해 “사파디 장관은 (이미) 이란이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란이 휴전으로 방향을 틀게 된 건 이스라엘에 보복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하려 해도 이라크가 두 국가 사이에 위치해 물리적(지리적) 장애가 있다. 또 미사일이나 드론 등으로 공격을 가하더라도 이스라엘은 미국의 전폭적인 군사·안보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아이언돔 방공 시스템에 의해 모조리 격추당해 체면을 구길 수 있다.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을 키운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에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알리 하메네이와 만나 원치 않은 전쟁에 휘말릴 경우 이란 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간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강경 보수파인 알리 하메네이의 입장은 불분명하지만, 그 역시 이스라엘 공격을 강행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서방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개혁파 인물로,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서방 제재를 완화해 경제 위기를 해소해달라는 이란 국민들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은 ‘히잡 시위’ 이후 민심을 완전히 수습하지 못한 상황에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갓 취임해 내실부터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만수르 대사는 OIC 회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이란과의 전쟁으로 끌고 가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이란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누구도 이 갈등을 고조시켜선 안 된다”며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정말로 이 지역에서 전쟁과 불안정을 막고 싶다면 이를 증명하기 위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와 지원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학살과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과 공동성명을 내고 다음 주에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기 위한 ‘최종’ 휴전 협정 중재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결론 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어떤 당사자들도 더 이상 지체할 이유나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성명 발표 직후에 네타냐후 총리도 미국 등이 제안한 휴전 회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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