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설득에 팔 자치정부도 '확전 반대'…CNN "이란, 이슬람 지지로 보복 부담 해소"
이란 대통령 "확전 싫으면 휴전부터"…외무장관 '유엔 안보리 조치' 언급하기도
이란인들이 1일(현지시간) 지난달 31일 수도 테헤란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2024.08.01 ⓒ AFP=뉴스1 ⓒ News1 김종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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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피살을 계기로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보복을 예고한 지 8일이 지났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란이 가자전쟁 휴전이 성사될 경우 대(對)이스라엘 보복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확전을 우려한 미국이 이란에 보복 자제를 압박하고 있는 데다, 지난달 취임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어 휴전을 조건으로 보복 계획을 거두는 건 양국 모두에 합리적인 선택지다. 다만 강경파를 얼마나 달랠 수 있는지가 이란에 주어진 과제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전날(7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회의에 대한 전언을 토대로 "이란이 가자 전쟁 휴전을 대가로 이스라엘 보복 계획을 폐기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의에 참석한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전날 현장에서 만난 CNN 기자가 회의 분위기를 묻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침략이 (확전의) 근본 원인"이라며 "확전을 막는 첫 번째 단계는 휴전"이라고 답했다. 사파디 장관은 지난 4일 이란을 찾아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알리 바게리 외무장관 대행을 차례로 만난 바 있다.
팔레스타인 측도 하마스 정치 지도자 피살이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란의 부담을 덜어줬다.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사는 전날 OIC 회의에서 "이 지역에 필요한 건 확전이 아닌 휴전"이라며 "아시다시피 이란도 (팔레스타인) 영토를 보존하고 주권을 존중하는 데 대한 강력한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수르 대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이란과의 전쟁으로 끌고 가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보복을 감행하는 것이 전쟁을 지속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네타냐후 총리가 놓은 '덫'을 무는 꼴이란 지적이다.
이는 안보리가 나설 경우 보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CNN은 이란이 이번 OIC 회의를 통해 "벼랑 끝에서 벗어날 외교적 지지를 얻게 됐다"고 짚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동 지역의 확전을 막고 싶다면 서방이 먼저 이스라엘에 가자 전쟁 휴전을 촉구하라"고 강조했다.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 알리바게리 이란 외무장관 대행이 참석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24.08.07/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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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와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 협력기구(OIC) 긴급회의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2024.08.0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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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에 '보복시 경제파탄' 경고"…"하메네이, 재고 요청에 묵묵부답"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6월 치러진 이란 대선에서 서방과의 관계 개선과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를 통한 자국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 파기된 이란핵합의(JCPOA) 복원을 위해 2015년 협상 타결의 주역인 온건파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을 외교 정책 고문으로 발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8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미 행정부 관료를 인용해 "이란이 보복의 길을 걸어갈 경우 이란 경제와 새로 출범한 페제시키안 정부의 안정에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이 이란에 전달한 메시지에 담겼고 보도했다. 전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익명의 미 행정부 관료 2명을 인용해 "하니예 피살이 설령 이스라엘의 소행이라 하더라도 이란 국민이 사망한 건 아닌 만큼 직접적인 군사적 대응은 재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미국이 이란을 회유했다고 전했다.
관건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보복을 다짐한 이란 내부 강경파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날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이란 반(反)체제 매체인 TV 채널 '이란 인터내셔널'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자국 최고지도자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를 만나 원치 않은 전쟁에 휘말릴 경우 이란 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며 보복 자제를 간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간청을 들은 하메네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인터내셔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하메네이는 지난달 31일 하니예가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하던 도중 숙소에서 피살되자,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고 '이란의 보복은 의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소식통들은 대통령이 현재 하메네이 친위대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CG)로부터 군사적 강경책을 압박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에게 승인장을 받은 뒤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7.2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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