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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복싱 동메달을 딴 임애지(오른쪽)와 북한 방철미
"비밀로 하겠습니다."
시상식과 공동취재구역, 기자회견장에 이르는 동안 단 한 번도 미소를 보이지 않은 파리 올림픽 복싱 동메달리스트 방철미(북한)는 함께 동메달을 딴 임애지(화순군청)의 한 마디에 겨우 웃었습니다.
임애지와 방철미는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메달 시상식에서 나란히 3위 단상에 섰습니다.
웃는 얼굴로 시상식에 등장한 임애지와 달리, 방철미는 내내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습니다.
기자회견에서도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긴장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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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철미에게 동메달 소감을 묻자 "이번 경기에서 1등을 하자고 생각하고 왔지만, 3등밖에 쟁취하지 못했다. 올림픽은 여느 경기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바라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같은 동메달을 딴 임애지의 "파리 올림픽에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행복했다. 관중 함성을 들으며 더 힘을 얻었다. 올림픽같이 축제를 즐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소감과 상반된 분위기입니다.
남북 선수가 나란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소감을 물었을 때도 둘의 온도 차는 극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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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지가 "지금은 (남북이) 나뉘어졌지만, 같이 힘을 내서 메달을 따서 좋았다. 다음에는 (방철미와)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고, 방철미는 "선수로 같은 순위에 선 것에 다른 것은 없다. 다른 감정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집에 메달을 가져가면 누구에게 가장 먼저 걸어주고 싶은지'라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임애지는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움받은 사람이 너무 많다. 만나는 사람 다 한 번씩 걸어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방철미는 여기에도 "동메달이 내가 바라던 그런 것(금메달)이 아니니까 별로 소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방철미의 발언을 듣고 있는 북한 복싱 지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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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단상 구석에는 북한 복싱 지도자가 '매의 눈'으로 방철미의 답변을 듣고 있었습니다.
끝까지 표정 관리하던 방철미도, 임애지의 한마디 말에 평정심이 무너졌습니다.
일본 기자가 '임애지가 준결승 끝나고 시상식에서 방철미 선수를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는데, 안 보이는 곳에서 실제로 안아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임애지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 뒤 임애지는 "비밀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안심이 된 덕분인지, 얼음장 같던 방철미의 얼굴에도 그제야 미소가 번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원 기자 buhwa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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