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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취재썰] '필리핀 이모' 한국 오자...기존 입주 도우미 월급 오를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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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아침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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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이 연일 논란입니다. 한국어와 영어 능력시험 등을 거쳐 선발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은 어제(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교육을 거쳐 9월 3일부터 실제 가정에서 일하게 됩니다.

관련 기사 : 필리핀 가사관리사 투입 코앞…'기대 반 우려 반' 목소리 (임예은 기자)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208965&pDate=20240805

동일 최저임금 적용, 적절한가...갑론을박



가사관리사들의 월급은 하루 8시간 주 5일 기준 238만원정도입니다. 한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시간당 9860원)을 적용합니다. 하루 4시간 고용하면 119만원입니다.

정부는 “민간 서비스보다 20% 정도 저렴한 수준”이라고 홍보했지만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3인가구 중위소득이 471만원, 사실상 소득의 절반을 떼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100만원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이 제도를 시행한 홍콩과 싱가포르 등은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에게 자국민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가사관리사들이 각 가정에 입주해 일하고 있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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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보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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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민간업체를 통해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고용하고 있던 시민들의 우려도 나옵니다. “기존 시세가 덩달아 오를 것”이라는 겁니다. 서울에서 필리핀 입주 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는 한 여성은 기자와 통화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인 도우미들을 관리하는 브로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금을 올리려고 한다. 공급은 적은 데 수요는 많은 일종의 암시장이라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월급이 250만원에서 300만원인데, 이번 사업을 계기로 더 오를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필리핀 입주관리사를 고용하고 있는 또 다른 여성도 "정부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인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정부 서비스의 혜택을 받는 시민들은 적고, 울며 겨자 먹기로 민간 가사관리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모들은 시세가 올라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민간 필리핀 가사관리사 "입주도 아닌데, 더 줘야"



반면 비싼 서울 물가를 고려하면 가사관리사들의 급여가 오히려 적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들은 퇴근 후엔 서울 역삼역 인근에 마련된 숙소에서 생활합니다. 4.8㎡~6.5㎡ 규모의 1인실, 혹은 2인실입니다. 매달 숙소비 40만원과 식비, 생활비 등은 본인이 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어제(6일) 성명을 내고 “월급에서 숙소비, 식비, 교통비, 사회보험료를 부담하면 손에 쥐는 건 6~7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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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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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업체에 소속돼 입주 가사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여성 B씨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솔직히 시간당 9천원 정도의 최저임금은 공평하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필리핀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온 인력이라 더 높은 급여를 받아야 한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한국에서 입주가 아닌 출퇴근을 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아침에 훨씬 일찍 일어나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세탁은 되고, 분리수거는 안 되고?



직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도 나옵니다. 서비스 제공기관인 '대리주부'의 공고를 보면 가사관리사는 아이와 어른의 옷을 세탁하거나 설거지를 하고, 아이를 목욕시키거나 아이가 있는 공간의 바닥 청소 등을 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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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리주부' 캡처〉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거나 장을 보는 업무, 손걸레질 등 집 청소, 냉장고 정리는 할 수 없도록 정해 놨습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사실상 가사 노동 전반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며, 관리사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현장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1차적으론 경험이 많은 서비스 업체들이 조정을 할 수 있겠지만, 갈등이 심해질 경우를 대비해 중재시스템을 구축해놨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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