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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퇴직연금을 굴리는 '로보어드바이저(RA)' 상용화를 앞두고 은행권이 RA나 자산운용사 등과 연합에 나서는 등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들은 라이벌인 증권사와 달리 투자 일임 라이선스가 없어 제휴를 통해 서비스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11월부터 퇴직연금 시장에 인공지능(AI) 기반 RA가 도입된다. 현재 은행들이 선보인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나 RA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것만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정부가 '서비스산업 디지털화 전략'의 일환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투자 일임 RA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추진하면서 상용화가 가능해졌다. 은행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올 하반기 중에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통과하면 RA가 개인의 투자 성향을 반영해 퇴직연금 자산을 매수·매도하는 서비스가 출시된다.
은행권에선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1·2위인 신한·KB국민은행이 적극적이다. 신한은행은 RA 서비스로 잘 알려진 쿼터백자산운용, 콴텍과 손잡고 알고리즘을 적용할 전략 상품을 협의하고 있다. RA의 수익률 성적도 긍정적으로 봤다. 지난달 말 기준 쿼터백자산운용과 콴텍의 평균 누적 수익률은 각각 12.89%, 11.67%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RA를 통해 최근 은퇴까지 상당 기간이 남은 30·40대 고객들의 장기 투자와 수익률 갈증을 풀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두 곳을 퇴직연금 파트너로 선정한 뒤 알고리즘 운영 방향, 포트폴리오 설계 원칙 등에 대한 협의를 최근 마무리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시장 변동에 대비해 자산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절차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금사업본부에 태스크포스(TF)도 가동하고 있다. 또 이용자가 손쉽게 RA 서비스에 가입하고 적립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대표 앱인 KB스타뱅킹 앱 개편을 추진 중이다. 하나은행은 핀테크기업인 파운트투자자문 등 4개사와 제휴를 맺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제휴사를 확보하고, 제휴처별로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퇴직연금 특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순 핀테크사 등 제휴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RA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건 퇴직연금에서 실적배당형 비중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2분기 전체 적립금(394조2877억원) 중 실적배당형 비중은 16.1%로 작년 말(13%)보다 3%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높은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어 은행의 강점인 '안전성'만 강조해선 고객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RA를 통해 원리금 보장 상품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의 전환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RA는 투자 경험이 부족해도 퇴직연금을 불릴 수 있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시황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장기 수익률 관리가 가능한 게 장점"이라며 "AI가 사람보다 수익률이 낫다는 데이터가 축적되면 적용 상품·서비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했지만 고객이 상품을 선택하지 않은 탓에 예·적금 등 현금성 자산에 방치된 경우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선 증권사가 RA 관련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지분 투자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한 대비책이기도 하다. 한 은행 임원은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면 도입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퇴직연금에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이참에 은행 앱 경쟁력도 높이겠다는 복안이깔려 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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