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인천 주민들, 개사료 요구에 기업연수원 열어달라" 공무원 추정글 논란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차량을 감식 하고 있다. 전날 오전 6시15분께 해당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나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 140여대로 피해를 입었다. 소방당국은 40여대는 불에 탔고 100여대는 그을림 피해 등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4.08.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기·수도가 끊기면서 입주민들이 무더위에 이재민 생활을 하는 가운데 대피소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글을 올렸다.

지난 1일 화재가 발생한 청라동 아파트 대피소에서 근무 중이라는 A씨는 4일 부동산 플랫폼의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A씨는 "현재 해당 단지 주민들께서 대피소에서 하고 계시는 행위를 보면 지금 수준 이상의 추가적인 지원은 필요없다고 생각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화재 당일에만 개 사료와 고양이 사료를 요구했다면 '경황없는 대피로 인해 어쩔 수 없겠지'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3일 저녁까지 사료를 요구하시는 건 너무하지 않냐"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의 도시락 투정 및 기본 보급품 외 무리한 요구도 지적했다. A씨는 "대피소 내의 도시락 맛없다고 다른 메뉴로 바꿔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한 분도 아니고 몇 분 정도 계신다"며 "샤워 타올, 바디 워시, 스마트폰 충전기 하물며 보드게임 등 정말 다양한 물품을 요구하시는 분들이 여전히 대피소에 계신다"고 하소연했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주민들이 급수차에서 물을 지원 받고 있다. 이 화재로 해당 아파트에서는 단전·단수가 5일째 이어지고 있다. 2024.08.05. dy0121@newsis.com

이어 "본인 자제분 두통 있다며 약도 없냐고, 약 좀 사 오라고 지시하시는 거 보고 한 말씀 드리고 싶었으나 이번에도 '참을 인(忍)' 자를 새겼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기존 대피소 시설에 불만을 갖고 쾌적한 시설로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A씨는 "대피소는 매뉴얼에 따라 물자, 시설, 환경이 정해져 있다. 본인들이 불편하다고 특정 기업의 연수원을 열어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이 이 순간에도 정말 많다"며 "그러나 해당 시설을 오픈하고 말고의 문제는 그 기업의 권한이지, 공무원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방의 숙소를 권해드리면 '모텔을 어떻게 가냐'며 되묻고, 호텔을 권해드리면 '화재 피해자인데 시에서 금전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묻는다"며 "대피소에 계신 분들이 이미 특혜 수준의 지원을 받고 계신 걸 모른다"고 지적했다. 현재 재난이 '자연 재해'이거나 '국가의 귀책'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빈 생수통이 쌓여있다. 이 화재로 해당 아파트에서는 단전·단수가 5일째 이어지면서 인천상수도사업본부 등 관계기관이 주민을 위해 생수를 지원하고 있다. 2024.08.05. dy0121@newsis.com

A씨는 "사유지에서 사유재산으로 인해 사유재산의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라며 "사건 발생 직후부터 각 동 그리고 구청까지 자발적으로 비상근무 체계로 운영해 24시간 동, 구 직원들이 대피소에 상주하고 있다. 또 현금이 없거나 못 쓰게 된 상황이 아닐 뿐더러 주변 음식점, 편의점, 숙박업소까지 운영이 불가한 상황도 아니다. 그럼에도 심란하실 걸 알기에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지원해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누군가는 '몰상식한 일부 사람들의 소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몰상식한 일부 사람들'을 말리기 위한 '상식적인 다수의 사람들'이 한 분도 나서지 않고 지금까지 방관하고 계시다는 건 모두가 같은 수준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그는 "'이 정도 화재면 지자체에서 지원해 주는 게 맞다'는 글이 보여서 직책, 직위 내려놓고 적는다"며 "보편적으로 스프링클러 미작동에 의한 화재 확산의 책임 소재는 명확히 관리사무소에 있고 관련 판례 또한 있다. 화재 보상에 대한 민원은 공무원이 아닌 여러분 단지의 관리사무소 측에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의 경우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가 화재 조사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소방본부 측은 사고 당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오는 8일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에 대한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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