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특보가 이어지며 무더운 날씨를 보인 5일 대전 대덕구 산업단지 내 한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이 선풍기에 의지한 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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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 현상이 나타나면서 세계 경제 성장이 0.8%포인트 가량 위축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소비가 줄고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면서다. 해마다 심화하는 폭염이 매년 3분기(7~9월)에 글로벌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계절적 요인으로 아예 고착화될 거란 지적도 있다.
5일 미국 기후분석단체 버클리 어스에 따르면 올해 지구 연평균 기온이 직전 최고치인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90%를 넘는다. 해수면 온도 상승, 강력한 고기압 등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이 두드러지면서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당장 기업의 산출량이 줄어든다. 에너지 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노동자 건강 보호 필요성에 따라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구 온도가 21세기 말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한다는 전제하에, 2030년 노동시간 감축 규모를 풀타임 일자리 개수로 환산하면 8000만개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폭염이 하루 발생하면 생산 현장에선 0.5일 동안 파업이 발생한 것과 유사한 수준의 노동시장 단축 효과가 생긴다는 분석도 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C3S)의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22일의 일일 지구 평균 기온은 17.15도였다. 1년 전 세운 역대 최고 기온을 돌파한 21일 기온(17.09도)보다 0.06도 더 높아 하루 만에 신기록을 경신했다. 사진 C3S/ECMW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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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결국 가계의 소비 위축으로 연결된다. 노동시간이 줄어 근로소득 총액이 축소하는 데다, 냉방‧의료비 지출이 늘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 폭염이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영향도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폭염 등으로 기온이 일시적으로 1도 오르면 농산물 가격은 0.4~0.5%포인트 높아지고, 그 영향은 6개월가량 지속한다고 분석했다. 1년간 각 월의 평균 기온이 장기평균(1973~2023년)보다 1도 상승할 경우에는 1년 뒤 농산물 가격이 2%,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오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폭염은 각국 수출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제금융센터는 ‘글로벌 폭염 확산의 거시경제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신흥국은 농산물‧노동집약적 재화 생산이 줄어들어 수출 물량이 줄고, 선진국은 에너지 수입가격이 올라 수입액이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 부족과 공급망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다. 보고서는 “운송 수요가 많은 하절기에 폭염으로 항만 노동자 등의 작업이 지체되면 해상운임이 더 오를 수 있다”며 “최근 홍해 사태 등으로 전년 말보다 200% 이상 상승한 해상운임이 더 올라 각국의 수출입 모두를 제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알리안츠 리서치는 “지난해 폭염이 글로벌 성장률의 0.6%포인트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지난해보다 기온이 상승할 여지가 큰 올해에는 폭염이 0.8%포인트 안팎의 성장률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산물, 원자재 등 생산이 많은 신흥국‧저소득국의 경우 피해가 더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경제리스크분석부장은 “폭염이 일시적이라 하더라도 다수지역에서 동시에 해마다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년 3분기 글로벌 기업 등의 생산성과 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선 4일까지 전국 평균 열대야 발생일이 12일에 달해 평년 같은 기간(3.7일)보다 훨씬 길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 같은 기간(9.5일) 기록도 뛰어넘었는데, 올해 폭염 예상 기간은 아직 일주일 이상 더 남아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에선 지난달 평균 기온이 42.5도를 나타내며 지구에서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 일본에선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도쿄에서만 123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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