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지역 전기차 화재 피해 지속
아파트 330~334동 단전, 주민 모텔생활
상·하수도 배관 녹아 전체 14개동 단수
"전기차 화재 피해 예방 대책 마련해야"
5일 오전 9시30분께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단지. 이곳에는 지난 1일 오전 6시15분께 333동 아래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벤츠 전기 승용차에서 불이 난 뒤 인천시와 서구가 운영하는 화재현장 통합지원본부, 자동차보험사, 청소업체 등의 천막이 설치됐다.
5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불에 탄 자동차들이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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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30층까지 분진 피해
이날 아파트 주민들은 옷 등이 담긴 가방 한 두개씩을 들고 천막을 찾아 집 청소를 신청하며 자동차보험 상담을 했다. 청소업체는 청소비용을 아파트 보험사에 청구할 예정이다. 청소는 수도공급 시점을 고려해 오는 10일부터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업체 천막 앞에서 만난 A씨(60대·남)는 “불이 난 날 사이렌 소리를 듣고 옷만 갖고 대피했다”며 “불이 꺼지고 난 뒤 집에 가보니 곳곳에 그을음과 분진이 있고 전기·수도가 끊겨 찜질방에서 생활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의 집은 이 아파트 332동 17층에 있다. 불은 333동 아래 주차장에서 발생했지만 주차장이 동별 구분 없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 화재 연기가 각 동의 계단을 따라 최고 30층까지 올라가며 집에 그을음과 분진을 남겼다.
분진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곳은 330~334동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화재로 인해 전기선이 타 전기공급도 끊겼다. 일부 동은 엘리베이터 운영이 중단됐다. 분진 피해는 불이 난 곳에서 200m 거리에 있는 327동까지 이어졌다. 327동 옆 어린이집 관계자는 “불이 난 뒤 어린이집까지 분진이 날아왔다”며 “청소를 했지만 아이들이 있는 곳이어서 청소업체에 청소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5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천막에서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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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수도 배관도 불에 타 아파트 단지 전체 14개 동의 수도공급이 중단됐다. 전기·수도가 모두 끊긴 330~334동 주민 중 일부는 서구가 마련한 비상대피소 7곳(186세대 수용 가능)에서 생활하고 있다. 비상대피소에 입소하지 못한 세대는 친인척 집과 모텔 등을 이용한다. 일부 주민은 모텔 등에서 지내다가 옷 등 생필품을 가져가기 위해 캐리어 등을 끌고 아파트 집을 다녀갔다.
전기·수도 끊겨 불편
인천시는 주민의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생수와 급수차를 무료로 공급한다. 그러나 주민은 더운 날씨에 생수를 가지러 단지 입구까지 나와야 하고 급수차에서 물을 받아 집에 가져가는 불편을 호소했다. 수도 공급은 6일께 재개될 전망이다.
333동 19층에 사는 강모씨(65)는 이날 생필품을 가지러 집에 들렀다. 강씨는 단전으로 엘리베이터 운영이 중단돼 1층에서 19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갔다. 계단 곳곳에는 검은 잿가루가 쌓여 있고 탄내가 진동했다. 걸어 올라가는 동안 목이 아프고 속이 메스꺼워 마스크를 써야 했다. 19층에 도착하니 더운 날씨에 강씨의 티셔츠는 땀에 흠뻑 젖었다. 강씨의 집 냉장고 4개에는 음식물이 가득했지만 전기가 끊겨 쉰내가 펄펄 났다. 강씨는 “음식을 버려야 하는데 들고 내려가기도 힘들다”며 “베란다 쪽에는 연기가 들어와 분진이 쌓여 있다. 청소를 맡겨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강씨는 함께 사는 1급 지체장애 딸(30대)이 있어 모텔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이 많다며 “지자체가 숙소를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차 1대에서 불이 나 여러 주민이 고생한다”며 “지하 주차장 내 방화벽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333동 19층 집에서 강모씨가 전기공급이 중단된 냉장고를 열어 음식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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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재는 지하 주차장 일반구역에 세워져 있던 벤츠 전기차(EQE350)에서 갑자기 흰 연기가 나오다가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대는 이날 오전 합동감식에 나섰다. 벤츠 차량에서 주요 부품을 분리해 수거하려고 했으나 천장이 낮아 할 수 없었다. 경찰은 해당 차량을 인천서부경찰서로 견인해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벤츠 차주가 지난달 29일 오후 7시께 주차한 뒤 운행을 안했다고 진술했다”며 “사실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차장에는 이번 화재로 손상된 차량 수십대가 그대로 있었고 일부 차량은 견인됐다.
아파트 일부 주민은 화재 피해 예방을 위해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하 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주민은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는 것은 권리침해가 될 수 있다며 정부와 전문가가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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