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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美 '샴의 법칙' 발동…경기침체냐, 노동시장 정상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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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전경.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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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R(경기침체)의 공포’가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경기침체 가늠자 역할을 하는 ‘샴의 법칙’(Sahm Rule)이 약 3년여 만에 발동되면서다. 다만 과열됐던 노동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코노미스트였던 클라우디아 샴 박사가 고안한 샴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평균치가 지난 1년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는 이론이다. 1950년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11번의 경기 침체 중 1959년을 제외하면 모두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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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4일 미 노동부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7월 미국 실업률은 4.3%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2021년 10월(4.5%)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4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기도 하다.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시장 예상치(17만6000명)를 크게 하회하는 11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7월 실업률 격차(최근 3개월 평균치-1년 최저치)는 0.53%포인트로, 0.5%포인트 기준을 넘어섰다. 이는 마지막으로 기준을 넘었던 코로나 시기(2020년 4월~2021년 3월) 이후 약 3년여 만이다. 샴 박사는 블룸버그를 통해 “샴의 법칙이 발동(triggered)된 것이 맞다”며 “지금 당장 미국이 경기침체를 맞닥뜨린 것은 아니지만,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지표에서도 경기침체 신호는 나타나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7월 46.8로, 전월(48.5)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46.7)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 PMI가 50 미만인 경우 향후 경기 전망이 나쁘다고 보는 업계 관계자가 절반 이상이라는 의미다.

뉴욕 증시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인 2일(현지시간)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0.12포인트(-1.84%) 떨어진 5346.56에, 나스닥은 417.98포인트(-2.43%) 내린 1만6776.16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도 610.71포인트(-1.51%) 하락한 3만9737.26에 마감했다.

이에 월가에선 Fed가 더 빠르게, 더 큰 폭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미 7월 금리를 동결한 만큼 9월부턴 경기침체에 대응해 ‘빅 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JP모건과 씨티그룹은 Fed가 9월과 11월에 각각 0.5%포인트, 12월에 0.25%포인트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치를 변경했다. 올해 연말 기준 기준금리가 현재(연 5.25~5.5%)보다 1.25%포인트 낮은 4~4.25%까지 내려올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과열됐던 미 노동시장이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4.3% 실업률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이민자 유입 확대와 맞물리며 경제활동에 뛰어드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실업률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RBS캐피털마켓츠의 마이클 리드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일반적인 경제 순환 과정을 밟고 있지 않다”며 “팬데믹에서 벗어나면서 생기는 ‘요요 효과’ 때문인데, 현재 변화의 속도에 속을 수 있다”고 밝혔다.

Fed 이사들도 7월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특정 한 달 수치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7월 고용) 11만4000명 증가는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만큼 좋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합리적인 수치”라고 말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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