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교수 |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의 현물 ETF도 상장됨으로써, 주식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투자할 수 있는 물꼬가 터졌다. 기존 투자자 외에 새로운 투자자가 생긴 만큼, 이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 움직임과 전망에는 이들 현물 ETF 시장의 현황 파악이 필수가 됐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의 대표시장이라 할 미국과 홍콩에서의 현황을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몇 개의 펀드가 얼마나 상장됐나. 8월 2일 기준 ETF 데이터 제공업체(SoSo Value)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현물 ETF는 펀드 수는 11개, 운용 규모는 573억 달러로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4.58%고, 이더리움은 펀드 9개에 운용 규모는 84억 달러로 이더리움 시가총액의 2.3%다. 홍콩은 어떤가. 비트코인의 경우 펀드 3개, 운용 규모는 2.9억 달러, 이더리움은 펀드 3개에 0.4억 달러의 운용 규모로, 미국에 비하면 천양지차(天壤之差)다. 홍콩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시장 규모는 각기 미국의 0.5%와 0.48%. 미국이 두 개 다 홍콩의 200배 규모란 얘기다. 펀드를 통한 순유입 규모는 어떤가.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은 1월 12일 상장 이후 지금까지 174억 달러, 이더리움은 7월 22일 상장 후 약 9일간(영업일 기준) 마이너스 5.1억 달러다. 홍콩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동시 상장된 4월 30일 이후 3개월간 비트코인은 2.9억 달러, 이더리움은 0.4억 달러의 순유입 규모다. 미국과 홍콩을 비교하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합계로 홍콩은 3.3억 달러로 미국 168.9억 달러의 2%에 불과하다. 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교하면, 비트코인 순유입은 미국과 홍콩 합계 176.9억 달러, 이더리움 합계는 마이너스 4.7억 달러여서 비교 자체가 안될 정도로 비트코인이 압도적이다. 얼 듯 보기엔 '역시 비트코인'이란 생각이 들 만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것만 보고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이더리움보다 선호했다고 말하긴 어렵단 생각이다. 왜냐하면 이더리움의 경우 그레이스케일(GBTC)이라는 기존 펀드의 순유출(매도)이 워낙 크게 작용한 데다, 7월 22일 상장되어 아직 초기 단계고, 시가총액도 비트코인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먼저 그레이스케일을 빼고 상장 첫 9일간의 순유입만으로 계산해보면, 비트코인 현물 ETF는 기간 단축만큼 줄어서 55.0억 달러(미국 52.1억 달러, 홍콩 2.9억 달러), 이더리움은 되레 플러스 16.4억 달러(미국 16.0억 달러, 홍콩 0.4억 달러)가 된다. 다음 고려할 점은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이더리움 시가총액의 3.35배라는 상대 강도를 순유입 계산에 넣어야 한다는 점. 이에 따라 비트코인 순유입(55.0억 달러)을 3.35배로 나누면 16.4억 달러가 되는데, 공교롭게도 이 수치는 이더리움 순유입과 똑같은 값이다. 따라서 앞의 세 가지 요인을 고려하면. 숫자로 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별반 차이가 없단 얘기가 된다. 어쩜 비트코인 대비 이더리움의 유동성 부족과 증권성 등 잠재 위험을 고려하면, 일반 인식과 달리 이더리움이 선전하고 있단 생각도 가능하다.
거래는 얼마나 활발하며, 누가 주도하고 있나. 조사에 의하면 홍콩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거래대금은 각기 하루평균 390만 달러와 117만 달러로 미국의 0.1~02%로 극히 적다. 따라서 미국 중심으로 살펴보자.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하루 평균 25억 달러다. 이는 미국의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시장 점유율 76.2%)의 비트코인 하루평균 거래대금 9.8억 달러의 2.5배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비트코인 현물 ETF가 비트코인 가격에 대해 영향력이 세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더리움은 어떤가.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대금은 하루평균 7.7억 달러. 이더리움의 코인베이스 하루평균 거래대금 3.8억 달러의 약 2배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2.5배보단 낮아서, 이더리움 현물 ETF가 이더리움 가격에 주는 영향력은 비트코인의 경우보단 적을 것임을 시사한다.
그럼 주도권을 쥐고 있는 운용사는 어딘가.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이더리움 모두 블랙록이 압도적이다. 비트코인은 블랙록 펀드(IBIT)가 200억 달러 규모로 점유율 50.8%, 이더리움도 블랙록 펀드(ETH)가 7.1억 달러로 47.1%다. 2위는 피델리티다. 비트코인은 110억 달러로 점유율 26.0%, 이더리움은 2.7억 달러로 19.3%다. 홍콩의 경우는 비트코인은 중국 자산운용사 AMC가 1.3억 달러로 점유율 44.8%, 이더리움은 보세라-해시키가 0.2억 달러로 점유율 50%다.
누가 이들 ETF에 돈을 넣는지도 관심 대상이다. 미국 SEC의 '13F 보고서(주식자산 1억 달러 이상 대상)'에 의하면, 기관투자가와 기업이 937개로 상당히 많지만, 이들의 투자 규모는 총운용자산의 20%(115억 달러)고, 나머지 80%는 개인투자자다. 기관투자가로서 1, 2위는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인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와 스퀘하나 인터내셔널. 운용 규모가 각기 18.1억 달러(3.3%)와 11.8억 달러(2.1%)다. 연기금은 아직 본격적 투자상태는 아니다. 위스콘신 연기금(1.6억 달러)과 미시간 연기금(660억 달러) 두 개만 이름을 올려놨다.
이처럼 기관투자가 비중이 낮은 이유는 뭘까. 시장에선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와 같은 신상품을 운용하려면 상품개발 및 승인 의사 결정, 판매 등 일정 시간이 필요한 점, 가상자산의 투자 위험과 이에 따른 컴플라이언스 이슈 등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간 경과에 따라 상품개발과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는 기관이 늘고 있고, 투자 위험 헤지수단도 다양화되고 있어, 수요 증가는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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