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전날 이스라엘의 미사일 폭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직접 장례식을 주재하며 기도하고 있다. 이란 시민들은 하니야의 시신 운구 행렬을 따라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행진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1인자가 암살을 당하자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 카드를 거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란의 대규모 보복은 쉽지 않다고 봤다. 특히 '5차 중동전쟁'의 트리거는 하마스가 아니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충돌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1일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이란이 '전면전'을 각오하고 이스라엘에 반격을 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이스마일 하니야는 최근 하마스 내에서 입지가 상당히 위축된 인사로, 이란에 전략적인 가치가 그리 크지 않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며 "야히아 신와르가 사실상 새 지도자로 떠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으로 이란이 결단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직접 공격을 이끈 인물이다.
실제 이스라엘의 하니야 암살 전말을 보면 전면전까지 불사하겠다는 메시지가 읽히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 내, 그것도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보안을 강화한 영빈관에 미사일을 적중시켰다. 정밀한 타격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예멘 후티 반군 등 친(親)이란 무장단체의 리더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하니야의 경호원 1명만 폭격으로 사망했을 뿐이다.
장 센터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모사드의 작전을 승인한 이유가 중동 전쟁에 나서겠다는 의미라고 보지 않는다"며 "가자전쟁 이전부터 하니야는 이스라엘의 암살 표적이었고,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이후 이스라엘 국민 모두가 그의 죽음을 원했다. 이번 사살 성공으로 네타냐후의 입지가 상당히 강화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이 침묵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2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대통령 취임식 기간에 수도 한복판의 하늘이 뚫렸다"며 "이란이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허약한 국가로 낙인찍히고 '이미지' 개선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방공망이 뚫렸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비밀 작전을 그대로 방치한 굴욕적인 안보 실패라고 평가했다.
이란 지도부가 자국 내 민심을 감안해 '제한적으로 조율된 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이란 군 지휘관들은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수도 텔아비브, 세 번째로 큰 도시인 하이파 인근 군사 목표물에 대한 공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민간인 피해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제안이다. 다만 이란 정부 일각에서는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나 이라크의 민병대 등 친이란 무장 세력 '저항의 축'이 공동 공격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때까지 역내 불확실성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들끓는 민심과 중동 패권 국가로서의 자존심을 위해 이란의 공격적인 수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경고는 불가피하지만 이란이 장기적 관점에서 실익을 생각한다면 정치적으로 위협을 하면서도 결국에는 외교적 해결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전면전 위험이 계속 고조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장 센터장은 "가자전쟁 이후 중동 분쟁의 위험 수준이 최고조에 달한 진짜 이유는 하마스가 아니라 헤즈볼라 때문"이라며 "하니야가 암살을 당해도 이란은 대응을 망설이지만 레바논 베이루트에 대한 추가 공격이 발생하면 이란은 즉각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헤즈볼라는 이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다시 때리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앞서 헤즈볼라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 골란고원의 축구장을 공격한 데 대해 이스라엘이 보복을 천명하자 미국은 베이루트만은 안 된다고 이스라엘을 만류했지만, 이스라엘은 사흘 만에 베이루트 남부에 있는 헤즈볼라의 근거지를 폭격해 헤즈볼라 최고위급 군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사살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더 공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이란에는 전면전을 피할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군(IDF)은 1일 하마스의 핵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을 20년 이상 이끈 무함마드 데이프 총사령관의 사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데이프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달 13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인도주의 지역인 '알마와시' 등을 공습한 뒤 데이프 제거를 위한 작전이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이스라엘은 데이프의 사망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스라엘이 주요 표적으로 삼은 하마스 리더 3명 중 생존한 인물은 신와르뿐이다. 이스라엘이 가자 전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모사드가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30년 이상의 암살 작전을 이번에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카타르, 요르단 등 중동 국가와 연쇄 통화하고 역내 안정을 위한 가자지구 휴전협상 타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협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분쟁의 추가 확대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