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민들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장례식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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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이스라엘이 이번엔 진짜로 정면으로 맞붙을까. 이란의 수도 테헤란 한복판에서 하마스 최고 정치 지도자가 사망하자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암살 장본인으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복수는 의무”라고 선언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직접 맞붙은 적은 거의 없다. 지리적으로 양국은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텔아비브까지의 직선거리만 약 1600km에 달한다. 두 나라 사이엔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국가가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 본토를 겨냥해 전면전을 벌일 경우에 공중폭격 외엔 별다른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라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은밀한 전쟁을 선호했다. 이란은 친이란 세력인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민병대에 무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대리전’을 펼쳐왔다. 핵개발에 따른 서방 제재로 경제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재정에 부담이 되는 전면전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한 방식을 활용했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생전 모습.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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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도 요인 암살, 시설 파괴, 친이란 세력에 대한 공습과 폭격을 주로 활용했다. 특히 2020년 11월 이란의 핵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 2022년 5월 혁명수비대 사령관 사야드 코다이 대령 암살과 같은 ‘비밀 작전’을 주로 했다. 사이버 공격도 이스라엘의 주요 작전 방식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사이버 공격으로 2010년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 2021년 4월 나탄즈 핵시설에 손상을 입혔다.
과거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 등 아랍 국가들과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벌일 때도 이란은 이스라엘에 석유를 지원했다. 석유 수출을 위한 합작회사를 운영한 적도 있다. 이란은 이슬람 국가이나 아리안계여서 아랍과 인종적으로 다르고, 이슬람 맹주 자리를 두고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갈등을 빚었던 탓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신정국가로 변신한 이란이 이스라엘을 “작은 악마”라고 선언한 뒤에도 한동안 두 나라는 이런 복잡한 중동 정세를 고려해 상황 관리에 신경을 써왔다.
지난 4월 이란과 이스라엘이 상대방의 본토를 향해 직접 미사일을 주고받을 때도 사실상 확전을 자제하는 태도를 보여 ‘약속 대련’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마스 최고 정치 지도자 암살을 두고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뉴스위크는 지난 4월과 같은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 기존과 같이 친이란 무장세력을 이용한 대리전, 혹은 양자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대응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테헤란에서 활동하는 분석가 아미르 호세인 바지리안은 뉴스위크에 “이란이나 이스라엘이 서로 전면전을 벌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힘의 균형이라는 체스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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