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협상 진전 속 오히려 확전 무릅쓴 군사작전
전문가 "친이란 세력에 경고장"…"휴전 협상 결렬 목적" 해석도
베냐민 네타나후 이스라엘 총리 |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장기화로 휴전 협상에 대한 국내외 압박이 높아지는 데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로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예멘 반군 후티가 텔아비브의 건물을 드론으로 공격하자 이달 20일 후티가 통제하는 예멘 남서부 항구도시 호데이다를 공중급유기까지 동원해 최신예 전투기 편대로 폭격하는 장거리 작전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이 예멘 본토를 공격한 것은 처음이었을 만큼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응이었다.
이어 30일 오후 7시40분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까지 깊숙이 폭격했다. 사흘 전 골란고원의 축구장에서 로켓 공격으로 어린이 12명이 사망하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 성격이었으나 예상 밖으로 수도까지 폭격으로 위협했다.
이튿날인 31일 오전 2시께 이란 테헤란을 방문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테헤란의 숙소에 머물다가 공습으로 보이는 공격으로 암살됐다.
이스라엘은 확인하지 않았지만 이란은 물론 국제사회는 공격의 주체가 이스라엘이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이 암살 작전은 이스라엘군이 전날 오후 7시 40분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쪽 교외를 공격해 헤즈볼라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한 지 불과 몇시간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스라엘군이 2주가 채 안 되는 기간 '저항의 축' 세력별 핵심부를 잇달아 노린 셈이다.
자칫 중동 전체로 확전될 위험을 무릅쓴 이런 '모험적' 군사작전이 최근 휴전 협상 논의가 활발해진 이후 벌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자지구를 벗어난 군사작전으로 이스라엘은 휴전은커녕 후티, 레바논과도 동시 전면전을 벌이는 '3면전'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이들 무장 조직뿐아니라 하니예 암살은 테헤란을 공격함으로써 이란을 전쟁의 전면으로 등장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란 대통령이 중도·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으로 막 교체되며 중동 정세가 온전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싹트는 터에 휴전 협상 대표 격인 하니예의 암살은 중동 정세에 큰 악재다.
이스라엘은 최근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몰린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설정된 '인도주의 구역'에서도 지상전을 펴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강경 기조는 지난 2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에서도 감지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한창이던 휴전 논의의 구체적 상황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자지구 전쟁 구도를 '이스라엘 대 하마스'가 아닌 '미국 대 이란'으로 확장하는가 하면 "하마스의 군사 능력과 가자지구 통치를 소멸하는 것이 완벽한 승리"라며 "그 밑으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연설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연합뉴스에 "정치·외교 리더인 하니예는 휴전 협상 대표였다"며 "이스라엘이 그를 암살했다면 네타냐후 내각이 전쟁을 끌고 가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국제사회에 발신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 교수는 가자지구 전쟁이 잦아들 경우 작년 10월 7일 자국이 하마스에 기습당한 책임론으로 실각할 가능성이 큰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까지 분쟁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란이 대리 무장세력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니예 암살이 각국의 친이란 무장세력을 겨냥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매슈 레빗 선임 펠로는 미 CNN 방송 인터뷰에서 "테러 단체들의 지도자는 설사 자신을 보호해주는 나라에 있어도 그 지역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항의 축'의 중심인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복판마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경고장이라는 것이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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