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에 "딸이 존경하는 스타에 보낼 편지 써달라"
SNS서 "창의성·진심 담긴 편지는 직접 써야" 비판 봇물
"음악·그림 등 창조 영역 이미 침범…두려움만 키워"
(사진=구글 프랑스 파리 올림픽 광고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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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등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26일 프랑스 파리 올림픽을 주제로 한 최신 광고를 공개했다. 광고에는 미국의 육상 스타인 시드니 맥러플린-레브론이 경기를 치르거나 금메달을 획득하는 모습, 그리고 그를 존경하는 딸이 훈련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은 딸을 격려하며 훈련을 돕는 아버지의 내레이션과 함께 흘러간다.
아버지가 AI 검색 기능을 활용해 ‘허들 기술을 가르치는 방법’을 찾아 딸에게 알려주는 장면이 지나간 뒤, 그는 제미나이에 “딸이 시드니에게 편지를 쓸 수 있도록 도와달라. 그가 딸에게 얼마나 많은 영감을 주는지, 그리고 딸이 언젠가는 그의 세계 기록을 깰 계획이라는 것을 꼭 언급해 달라”고 음성 텍스트를 입력한다.
구글의 AI 도구가 점점 더 인간처럼 텍스트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지만, 스레드, 엑스(X·옛 트위터), 링크드인을 비롯한 수많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서는 광고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쏟아졌다.
광고를 본 시청자들은 “누가 아이의 창의성과 진심이 담긴 표현을 AI가 쓴 단어로 대체하고 싶어하느냐”고 입을 모았다. 스포츠 블로그 데드스핀의 설립자인 윌 레이치는 엑스에 “아빠가 딸에게 그녀가 좋아하는 선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직접 쓰도록 격려하는 대신 AI를 사용하는 것을 볼 때마다 내 영혼이 갉아먹히는 기분”이라고 적었다.
CNN도 “누구나 어린 시절 존경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쓴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구글의 이번 광고는 AI 기술이 우리 삶의 더 많은 영역에 스며드는 상황에서 두려움만 더 커지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림, 음악 및 글쓰기와 같은 전통적으로 인간이 만들어온 창작물을 AI가 이미 대신 생성하고 있어서다.
시러큐스 대학교의 셸리 팔머 교수는 블로그를 통해 “나는 구글이 광고하는 미래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수십억명이 AI를 사용해 인간적인 기술을 늘려 문화적으로 다양해지는, 그런 세상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AI가 인간인 척하며 (오히려) 우리를 이용하는 세상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구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결코 이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믿는다”며 비판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팀 USA’를 기념하는 진정한 스토리를 만드는 것, 그리고 제미나이 앱이 글쓰기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에게 생각의 시작점이나 초안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애플 역시 지난 5월 아이패드 프로 광고로 유사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당시 광고엔 유압 프레스가 피아노, 메트로놈, LP판 플레이어, 비디오 게임기, 페인트 캔, 필름 카메라, 이모티콘 인형 등 인간의 창의성을 상징하는 물건을 짓눌러 파괴하는 장면이 담겼다. 최신 아이패드 프로가 이들 물건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의도였으나 창작자를 조롱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결국 광고는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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