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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축구 잘해서 책임지겠다"는 홍명보 감독, 의혹 해소도 설득력도 모두 놓쳤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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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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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축구 대표팀 신임 감독의 기자회견은 아쉬움만 남겼다. 이토록 큰 일에 대해서는 정작 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듯 보였다.

특히 자신을 둘러싼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정면 대답을 피하고 '협회는 협회 일'로 밀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홍 감독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취임 기자회견에 나서 자신을 둘러싼 특혜 의혹과 변심한 계기, 향후 대표팀을 운영하는 방안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앞서 지난 13일, 홍명보 전 울산 HD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공식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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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후 5개월 가량 비어있었다. 5월 안에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던 축구협회는 7월 13일이 되어서야 홍명보 감독을 프로팀에서 빼돌려 새로운 사령탑으로 세우며 큰 비난에 휩싸였다. 홍 감독은 그간 언론을 통해 축구 대표팀 감독 내정설에 대해 "불쾌하다"고 대놓고 말했기에 팬들의 배신감은 더욱 컸다.

이 과정에서 박주호 전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의 폭로로 졸속 행정처리와 폐쇄적인 협회 내부 현황이 모두 공개되며 축구협회는 정부 관계자들의 눈에도 올랐다.

이 날 A4용지 약 8장 분량의 취임사 겸 사과문을 들고 나온 홍명보 감독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취재진을 향해 90도로 깊이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준비해온 문서에서 눈을 한번도 떼지 않고 긴 장문의 입장문을 그대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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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요지는 "죄송하다. 하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임하겠다"였다. 홍 감독은 "5개월 간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죄송하다"며 "K리그 팬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점에 대해 한없이 미안한 마음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홍 감독은 이끌었던 팀인 울산 HD와 축구팬에게 깊은 용서를 구한다며 "실망한 팬들에게 용서받는 방법은 내가 내 자리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보내주신 성원에 더 큰 책임감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대표팀 감독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유는 대중과 언론에 알려진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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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와의 면담을 언급한 홍 감독은 "그와 '축구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고심한 끝에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홍 감독의 말이 설득력이 부족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두 사람이 나눴다는 '축구철학'과 '대표팀에 대한 방향'에 대한 추상적인 발언 때문이다. 홍 감독이 아니면 안될 '축구철학'의 개념이 어떤 것인지가 그의 선임에 힘을 부여할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다.

외인 후보군들이 연봉까지 깎아가며 준비해온 22페이지에 달하는 분석 자료와 경기 영상 16개, PPT 16페이지를 능력과 연관없는 '열정'으로 전락시킨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한 상세한 구상이 어떤지를 홍 감독은 설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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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자리에서 홍 감독은 "축구협회는 MIK(Made In KOREA) 철학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축구 전체의 방향을 세밀하게 수립하려 한다"며 "저는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거쳤고 체계적 유소년 시스템과 적극적인 선수 발굴이 한국 축구 대표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배웠다"고 말했다. 다만 감독직 선임 과정에서도 세밀함이 부족했던 축구협회의 축구철학은 팬들에게 깊은 의혹만 남길 가능성이 높다.

홍 감독은 현장에서 대표팀의 경기 운영 키워드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공을 소유하며 컨트롤하는게 중요하다"며 "소유의 목적은 분명해야한다. 전진성과 과감성을 더해 공격적으로 해야한다. 소유의 목적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존중, 대화, 책임과 헌신" 그리고 대화와 팀워크는 팀 스포츠의 기본 근간이다. 홍 감독이 은연중 꼬집고 싶었던 대표팀의 특정 부분이 있었던게 아니라면 사실상 모든 스포츠에 해당되는 기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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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홍 감독은 자신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파악, 정부의 감사 칼날 앞에 놓인 축구협회에 대한 질문에는 "저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를 나눈 적 없고, 그건 축구협회와 문체부의 이야기다. 협회는 협회 나름대로 충실하게 소명하면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돌렸다.

질의응답은 길었지만 정작 홍명보 감독이 시원하게 해소한 의혹은 없었다. 당초 해당 기자회견은 홍 감독을 둘러싼 선임 의혹에 대해 정면돌파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홍 감독은 "최선을 다해서 국민 여러분께 축구로 보답하겠다"는 결론만을 짓고 물러났다. 이해할 수 없는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온갖 의혹들에 대해서도 일단은 "축구 성적만으로 책임지겠다"고 대답한 자리였다.

여론은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해당 기자회견 전문이 올라온 대한축구협회 공식 유튜브에는 축구팬들이 몰려들어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다. 한 팬은 "도대체 이 사람들은 한국 축구를 본인들 사유물로 생각하는거냐"고 분통을 토했고, 또 다른 팬은 "채용에 대해서는 어물쩍 대답하고 앵무새같은 대답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타 팬은 "결국 성적만 내면 잠잠해질거라는 구태의연한 마인드를 잘 보여준 기자회견"이라며 냉랭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홍명보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이한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9월부터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대비한다.

사진= KFA, 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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