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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결혼 안 하고 애 안 낳는 사람', 그냥은 안 바뀝니다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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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출산경계인구'의 고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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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과 9년을 연애하고 결혼했습니다. 아이는 결혼 5년 만에 낳았습니다. 결혼은 35살, 출산은 40살. '만혼화' 그리고 '고령 출산', 대한민국의 저출생 원인을 거론할 때면 자주 언급되는 이 두 단어가 모두 제 이야기였습니다.

오랜 시간 연애를 하며 결혼이란 커다란 관문을 넘을 것인지 고민하던 순간마다 '지금은 일을 더 해야지' 혹은 '이직했으니 자리부터 잡아야지' 같은 생각들로 결정이 미뤄졌습니다. 출산까지 5년이 걸린 이유도 비슷합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또 하나의 관문 앞에서 기권 선언도, 전력 질주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습니다.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다', '나 자신을 잃을까 두렵다'. 임신을 고민하던 시기 일기장엔 이런 글들이 가득했습니다. 두 살 아들을 둔 엄마가 된 지금, 그때의 일기를 다시 읽으면 고작 2년 전인데도 까마득한 옛날 같습니다. 물리적으로 흘러온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의 강을 건너온 느낌입니다. 제 개인사로 서두를 시작한 이유는 대한민국 저출생 주범처럼 거론되는 '결혼 안 하는 사람', '애 안 낳는 사람'이 저였기 때문입니다. 결혼과 출산을 고민했던 당사자로서 우리 사회의 저출생 대책들이 나의 고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던가를 생각해 보면,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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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한민국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각종 대책들을 쏟아냅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06년부터 5년마다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벌써 4차까지 나왔고 내년이면 5차 계획이 나옵니다. 이 예산들만 합쳐도 수백조 원에 달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16년간(2006~2021년) 사용한 저출생 대책 예산은 280조 원입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같은 시기 출산율은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2013년 1.19명에서 2023년 0.72명까지 떨어졌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수백조 원의 대책은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역대 저출생 대책 주요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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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급여의 경우는 2010년까지 월 50만 원 정액제였는데 2011년 정률제로 변경되며 평균 임금의 40%로 바뀌었고 문재인 정부 시절 통상임금의 80%, 월 최대 150만 원까지 늘어나 현재까지 유지 중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더 나아가 육아휴직 최초 3개월까진 급여를 최대 250만 원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만 1세 이하 아이 양육 가구에게 월 30만 원씩(2025년부터 50만 원으로 인상) 지급하는 영아수당 등 양육 부담 완화를 이유로 돈을 주는 정책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주거 지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박근혜 정부는(3차 기본계획) 행복주택의 신혼부부 공급 비율을 늘리고, 서울 및 수도권 일대에 신혼부부 특화 단지를 만들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이와 유사한 신혼부부 맞춤형 공공주택 '신혼희망타운' 정책을 내세웠고, 여기에 '다자녀가구 공공임대주택' 사업도 진행하며 둘째, 셋째 출산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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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자녀가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한 공급을 늘리는 것과 집을 구할 때 돈을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게 하는 대책들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윤석열 정부의 신생아 특례 대출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이를 낳으면 최저 1%대 금리로 5억 원까지 주택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인데 이 대출의 대상 기준을 부부 합산 연봉 2억까지, 한시적으로 2025년에서 2027년은 2억 5천만 원까지 대상을 넓히기로 했습니다. 고소득 맞벌이 부부에게도 집 마련을 위한 대출 문턱을 낮춘 겁니다.

돈을 주면, 집을 쉽게 구하게 해주면, 결혼하고 아이 낳는다?



정말로 이렇게 육아 지원금을 늘리고, 집 대출 금리를 낮춰주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까요? 저출생의 원인은 워낙 다양하고 사람마다 또 가정마다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답을 하긴 어렵겠지만, 제가 결혼과 출산을 고민했던 이유를 비춰보면 적극적 유인책이 되긴 어렵단 생각입니다.

저도 두 살 아이를 키우고 있어 부모급여, 아동수당 등을 받고 있습니다. 큰 비중은 아니지만 가계 경제에 일부 보탬이 됩니다. 또 1년 3개월간 육아휴직을 하면서 받았던 육아휴직 급여는 회사 월급이 없는 상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육아휴직 급여는 말 그대로 '육아휴직 시기'에만 적용됩니다. 각종 수당도 시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부모급여는 24개월까지, 영아수당은 만 1세까지입니다. 아이가 클수록 이런 수당은 줄어듭니다. 보육에서 교육의 단계로 넘어가는 5살이 지나가면 정부의 지원금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교육비 지출이 커집니다. 일시적 지원금이 생애 전반에 걸쳐 진행되는 자녀 양육의 부담과 걱정을 덜진 못합니다.

집을 구할 때 대출 이자를 낮춰주는 것은 어떨까요? 신생아 특례 대출이 총 대출액 6조 원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았던 만큼 어느 정도 효과는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 정책도 '빚내서 집 사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보니 수억 원의 집값, 또 매달 나가는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있지 않으면 효용이 없습니다. "혜택이 커질수록 빚이 늘어나는 모순적인 상황이 생기게 된다(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저의 경우는 결혼과 출산을 고민한 가장 큰 이유가 경력 단절이었습니다. 일을 그만두는 경력 단절보다는 출산과 육아로 인해 이제껏 쌓아온 경력이 흔들리는 상황을 우려했던 것 같습니다.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를 키우면서도 복직 후의 삶을 걱정했습니다. 아이와 최대한 함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으면서도, 동료들보다 한 발 두 발 늦어지는 것 같은 불안감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여성의 경력 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여성 중 '무자녀 여성'의 경력 단절 확률은 2014년 32.7%에서 지난해 9.4%로 급감했지만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력 단절 확률은 27.6%에서 23.6%로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아직 자녀가 없는 여성이 출산을 포기하면 경력 단절이 될 가능성을 최소 14%포인트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또 2013~2019년까지 25~34세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떨어진 이유 중 40%가 여성의 고용상 불이익 때문으로 조사됐다며,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가 실제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 중에선 이런 경력 단절, 고용 불이익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맞닿아 있는 대책을 꼽으라면 출산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 일을 분담하는 동료에게 업무 지원금을 준다거나, 1년에 2회, 아이 돌봄을 위해 2주짜리 단기 휴직을 쓸 수 있게 한다는 정도입니다.

'야간 어린이집',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하면 출산율이 늘까?



이외에도 지자체 등에서 일부 추진되고 있는 저출생 대책들 중엔 휴일이나 야간에도 아이를 돌봐주는 어린이집을 늘린다거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해 돌봄 인력을 확대하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아이 돌봄이 늘 고민인 맞벌이 부부에게는 부모의 부재 시 돌봄을 맡아줄 대체 시설과 인력을 늘리는 것이니 '긍정적'인 대책일 순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인지는 물음표입니다.

오후 4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기본 보육이 끝나는 시간입니다. 4시 이후는 연장 보육으로 들어갑니다. 제가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이 시간이 그렇게 '분주한' 시간인 줄 몰랐습니다. 노란색 어린이집, 유치원 셔틀버스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유아차를 끌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부모들이 동네 골목길에 가득하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근처에 있는 놀이터에는 집에 가기 전 친구들과 뛰노는 아이들과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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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star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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