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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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선에서 지면 피바다”라면서 현직 대통령이 3선에 도전한 나라가 있다.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탄압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몫 잡을 기회라고 보고 대통령에 베팅 중이다. 남미의 베네수엘라 얘기다.
23일 메르코프레스 등 남미언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62) 대통령은 최근 유세 현장에서 “베네수엘라가 내전과 같은 유혈사태에 빠지지 않으려면, 28일에 열리는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은 정해진 수순을 바꾸기 위해 비극을 일으키기를 원한다”라고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야당이 유혈사태를 일으키려는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경악하는 건 마두로의 전력 때문이다. 버스 기사 출신의 마두로는 14년간 베네수엘라를 지배한 좌파 독재자 우고 차페스의 뒤를 이어 2013년 베네수엘라 대통령직에 올랐다. 임기 6년의 대통령에 재선해 11년째 대통령에 재직 중인 그는 차베스의 생일인 3월5일, 세 번째 대선 도전을 발표했다. 대선날은 차베스의 사망일인 7월28일로 정했다.
야권에선 중도우파 ‘민주야권 연합’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후보가 대항마로 나섰다. 원래는 야권 대선후보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유력했지만, 마두로의 측근이 감사원장을 맡은 감사원이 마차도에게 15년간 공직 진출금지 처분을 내렸다. 그 후로도 베네수엘라 정부는 우루티아 후보 유세 차량을 경찰이 “운전면허를 확인하겠다”며 막아서거나, 측근들을 구금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남미 좌파의 대부격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8) 대통령이 마두로의 “유혈 사태” 발언이 전해지자 “겁이 난다”라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독일의 슈피겔은 마두로의 출마를 두고 “베네수엘라 민주주의의 최신 연극”이라고 평가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두 여성이 빵을 들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초상이 그려진 벽을 따라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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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90%에 달하는 빈곤율, 채무불이행(디폴트), 6만%대의 인플레이션, 마이너스 5~30%대의 역성장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선거가 세계적 주목을 받은 건 원유 매장량이 세계 1위인 3000억 배럴의 산유국이어서다. 미국 등 국제사회 역시 마두로의 과거 부정 선거 의혹을 이유로 강경 제재 입장을 취하다가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그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때문에 슬쩍 제재를 풀거나 제재에 일부러 우회로를 두는 식으로 베네수엘라의 정치 체제를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달 27일 “마두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재집권할 것으로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예측하고, 이는 일부 투자자에게 기회”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출신 난민을 줄이는 한편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을 늘리고 싶어하고, 베네수엘라 정부는 제재 해제를 원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다. 석유회사들도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원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FT는 투자자들의 이런 전망이 엉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우루티아 후보가 마두로에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데, 이는 개표를 통해 쉽게 뒤집을 수 없다”며 “(만일 개표 부정을 벌이면)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항의하거나 군대가 대통령을 버릴 수도 있고, 미국이나 EU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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