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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직후 여성들의 고용률이 감소한다는 이른바 ‘모성 페널티’가 47.1%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출산을 해 일자리 불이익을 얻으면 장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민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1998~2021년 한국노동패널 조사 자료를 토대로 결혼과 출산이 근로자의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환경’ 보고서를 발간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결혼과 출산이 임금 소득·고용률·근로 시간·시간당 임금 등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에 따라 상당 수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성의 경우 결혼과 출산 전후 고용률과 근로 시간의 유의미한 변화가 없지만, 여성의 경우 임금소득과 고용률이 상당 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고용률 결혼 페널티는 결혼 직후부터 4년까지 단기로는 39%, 결혼 5년 후부터 10년까지 장기로는 49.4%까지 차이가 났다. 결혼하기 전에 일하던 여성 10명 중 4명이 결혼 후 5년 내에 직장을 그만두는 등 일을 하지 않았고, 10년 후에는 절반이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임금소득에서는 결혼 페널티가 단기 39.7%, 장기 64.6%에 달했다.
출산 이후 나타나는 모성 페널티도 비슷했다. 여성의 고용률에 있어 단기 페널티는 47.1%, 장기 페널티는 43.4%에 달했다.
임금 소득의 단기 페널티의 경우 49.3%, 장기 페널티는 63.3%에 달했다. 결혼·출산 이후 고용률이 급감하면서 전체 여성의 임금 소득도 함께 줄어드는 것이다.
결혼·출산 이후 고용이 유지된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근로 시간의 경우 단기와 장기 모두 5~6%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이 유지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시간당 임금’의 경우 결혼·출산 이후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소폭 늘어났지만 장기적으로는 15% 내외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연구위원은 이같은 현상에 “상대적으로 고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보다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이 일자리를 더 많이 떠났기 때문”이라며 “이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저임금 일자리 위주로 회복되면서, 장기 페널티가 상당히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 5개국(영국·오스트리아·독일·스웨덴·덴마크)과 한국의 고용률 모성 페널티를 비교해 본 결과 단기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모성 페널티가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용률의 장기 모성 페널티는 한국(48.1%)이 가장 높았고, 이어 영국(43.7%), 미국(42.6%) 순이었다. 스웨덴(5.2%)과 덴마크(12.5%) 순으로 낮았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모성 페널티가 장기간 지속되고, 시간당 임금이나 근로 시간 측면보다는 고용률 측면에서 페널티가 컸다”며 “이런 결과는 노동시장에서 결혼·출산 이후 근로자가 가사·육아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경우, 근로 시간이나 임금을 유연하게 조정할 여지가 없고 노동시장 이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향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자리를 포기할 필요 없이 근로 시간이나 임금을 조정해 육아와 경력 형성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지가 필요하다. 여전히 공고하게 존재하는 육아와 가사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모든 근로자가 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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