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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풍선’ 대 ‘확성기’ 대결…남북, ‘선전전’에서 ‘무력 충돌’로 가는 길목에 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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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형 확성기 차량과 장비. 합동참모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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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1일 아홉 번째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군은 이에 대응해 최전방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실시하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화했다.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위다. 날선 발언을 주고 받으면서도 상황을 관리해오던 남·북이 ‘무력 충돌’ 이라는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국면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남·북의 대화 채널 복구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자제 등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쯤 오물풍선을 띄웠다. 풍선은 오전 9시25분쯤 경기 북부지역 상공에, 오전 10시45분쯤 서울 상공에 진입했다. 110여개의 풍선이 경기와 서울 지역에 떨어졌고, 대부분 종이류 쓰레기를 담고 있었다. 북한이 밤 시간이 아닌 아침에 오물풍선을 살포한 것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부는 바람의 방향과 강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군은 오후 1시 최전방 일반전초(GOP)에 있는 24개의 고정식 확성기를 동시에 이용해 대북 방송을 했다. 지난 18일부터 서부·중부·동부 전선의 확성기를 번갈아 가동했던 것을 이날 동시에 확대 운용한 것이다. 방송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합참 관계자는 “확성기 방송 운영에 대한 제한을 다 없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군은 고정식 확성기 외에도 상황에 따라 16개의 차량용 이동식 확성기를 운용할 예정이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지뢰매설이나 전술도로 보강 등의 작업을 할 때 해당 지역 인근으로 차량을 이동시켜 방송을 하는 방식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확성기 방송은 국군심리전단이 송출하는 라디오 채널 ‘자유의 소리’를 확성기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남한의 대중가요나 최신 뉴스 등을 전한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되는 것에 민감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이 전방지역 모든 전선에서 실시되면서, ‘대북전단 대 오물풍선’이라는 남북 대립은 최고조 국면에 돌입했다. 그간 남북은 각각 오물풍선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서로 “치졸하고 더러운 짓”이라고 대립하면서도, 긴장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나름대로 애써온 측면이 있다. 북한은 지난달 8~9일 3차 오물풍선 살포 때부터 퇴비 대신 종이류의 쓰레기만 담아보냈다. 남한 역시 지난달 9일 6년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지만 지난 18~19일 8차 오물풍선 살포 전까지는 추가 방송을 하지 않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전면화된 이날 이후 남북의 ‘선전전’ 대결은 ‘무력 대응’ 상황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대북 방송이 재개됐고, 북한과 남한은 고사총과 155mm 포탄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지난 16일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언급한 대북전단에 대한 “대응방식의 변화”가 확성기에 대한 조준 사격이나 지뢰·무인기(드론)를 이용한 도발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5년의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남북 모두 상황을 악화시키고 싶은 의지가 없지만 그렇다고 한쪽이 먼저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굉장히 위험한 현재 상황을 유엔사령부 등을 통한 군사 대화채널 복구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유로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던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의 충돌 우려가 높아졌다는 이유로 민간단체를 제재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단체가 대북전단 살포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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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강북구에서 북한의 오물풍선의 내용물이 흩어져 있다. 합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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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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