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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 (목)

[다음주 증시 전망] 트럼프 한마디에 반도체·2차전지 '휘청'···2분기 실적 발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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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만이 美반도체 사업 뺏어가"

한마디에···나스닥도, 코스피도 줄하락

反 전기차 정책에 2차전지 종목도 약세

대선이슈로 단기 변동성↑, 실적발표 주목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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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0선 돌파를 넘보던 코스피 지수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하락을 거듭하면서 2700대로 떨어졌다. 유세 중 피격 사건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자, 시장은 미국의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다음 주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트럼프 리스크’를 종식시킬 만한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것을 조언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일주일 전인 이달 12일 마감 기준 2857.00포인트보다 61.54포인트(2.15%) 내린 2795.46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도 850.37에서 828.71로 21.66포인트(2.55%) 하락했다.

15~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9145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132억 원, 930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는 기관이 1038억 원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432억 원, 1049억 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코스피는 지난주 2년 6개월여 만에 2900선을 눈앞에 두다 12일 1%대 하락세를 맞으며 마감했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서도 별다른 반등을 모색하지 못했다. 13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대선 유세를 하던 중 피격되면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달 진행된 TV 토론에서 참패했다는 평가를 받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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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을 등에 엎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강도 높은 자국 우선주의 발언을 이어가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그는 16일 인터뷰에서 미국의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의 거의 100%를 전부 가져갔다”며 “지금 우리는 대만이 미국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지만, 이제 그들은 그것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후 17일 반도체 기업들이 급락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77% 떨어졌고,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39% 밀린 채 장 마감했다.

거듭된 악재에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도 나란히 주저앉았다. 특히 SK하이닉스는 17일 5%대, 18일 3%대, 19일 1%대의 하락세를 맞았고, 삼성전자도 19일 2.88% 떨어졌다. TSMC가 18일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해 간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의 반등을 이끌었으나, 국내 증시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코스피도 17~19일 3거래일 연속으로 떨어지며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주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할 수 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1% 이상 급락했다.

2차전지 관련 주들이 다수 포진한 코스닥 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뒤 투자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인 만큼 최악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완전 폐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된 가운데 기업들의 2분기 실적 결과에 따라 코스피가 재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리스크는 명분일 뿐, 조정이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그 동안 미국 기술주에 쏠렸던 상승이 가팔랐기 때문”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기초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2%로 떨어지는 등 통화시장의 유동성은 여전히 양호하다”며 “글로벌 자금이 순환매하는 유동성 환경 속에서, 코스피가 실적을 통한 펀더멘털이 증명되면 매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2760~2880포인트로 제시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강화, 2분기 기업 실적 호조 기대 등을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 미국 주식 시장에서 빅테크 위주 시장 쏠림에 대한 피로도 등이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당장 한국 시간으로 23일 화요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테슬라·비자·코카콜라가, 24일에는 퀄컴·써모피셔가, 25일에는 아마존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삼성물산(028260)·삼성전기(009150)가 24일, 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373220)·기아(000270)·신한지주(055550)·HD현대중공업(329180)·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가 25일 실적을 발표한다. 26일에는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발표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직후 미국에서 이어진 빅데크 기업들의 조정, 중소형주 상승 움직임을 보면 단기간에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주식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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