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짙어진 'MAGA'
최대경합 러스트벨트 표심 의식
취임 첫날 전기차 정책 폐기 예고
바이든 상대 조롱·야유는 자제
"김정은과 잘지낼 것" 관계 과시
남부국경 폐쇄 이민정책 전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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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을 앞둔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은 마치 거대한 축제장 같았다. 연설 40분 전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이 등장해 티셔츠를 두 손으로 찢는 특유의 퍼포먼스를 펼치자 이를 지켜보던 트럼프 전 대통령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종격투기 단체 UFC의 데이나 화이트 회장 소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대 위에 오를 때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총기 피격 이후 첫 공개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절반이 아닌 미국 전체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했다”면서 분열된 미국을 치유하겠다는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전당대회장의 열기를 중도층으로 확대하고 대선까지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나 야유를 최대한 자제하는 등 확연히 달라진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경제와 외교 정책 전반에서 그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더욱 분명해졌고 통합을 위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늘 밤 트럼프의 목표가 국가 통합이었다면 이는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취임 첫날 전기차 정책 폐지···중국 車 200% 관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산업 정책과 관련해 내놓은 핵심 내용은 ‘미국 자동차 우선주의’였다. 이번 대선의 최대 경합주인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 지대)’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이 자동차를 무관세로 수출하기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있다면서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신속하게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중국 등이 공장을 미국 안에 짓지 않는다면 관세를 100~200%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도 놓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전기차 전환 정책에 대해서는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 명령을 끝낼 것”이라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을 완전한 소멸로부터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국들을 향해서도 “우리 일자리를 뺏어가고 약탈하게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 상품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만들라”고 엄포를 놓았다. 인플레이션은 철저히 바이든 대통령 탓으로 돌리며 “난 파괴적인 인플레이션 위기를 즉시 끝내고 금리를 떨어뜨릴 것이며 에너지 비용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날 그리워 할 것···모든 국제 위기 종식
대외 정책 분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정부와 차별화한 포인트는 바로 국제분쟁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때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했고 현 정부하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노리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일 때 러시아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대만·한국·필리핀 등 아시아에서 무력 충돌의 망령이 커지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끔찍한 전쟁과 이스라엘 문제를 비롯해 현 정부가 만들어낸 모든 국제적 위기를 종식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앞서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취임 첫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트롱맨들과의 관계를 과시하기 좋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재집권할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들(북한과)과 잘 지냈고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면서 “지금 북한은 다시 도발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김정은)도 내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그가 나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2기’에서 한국을 배제한 북미 정상 간의 직접 외교가 다시 이뤄지고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경 폐쇄해 침략 막을 것··· IRA 등 폐기 시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민 정책’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세계의 쓰레기장이 됐다”면서 취임 첫날부터 ‘남부 국경 폐쇄’ 등 초강경 대응을 시작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역사상 가장 큰 침략이 바로 이곳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감옥과 교도소·정신병원, 그리고 전례 없는 수준의 테러리스트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의 범죄율이 줄어드는 동안 미국은 범죄가 늘어난 것도 ‘불법 이민’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인 민주당을 향해서도 “사회보장을 파괴하고 있다. 수백만의 보장이 없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우리의 사회보장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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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석유와 가스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에너지 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위기를 부추기는 터무니없는 세금 낭비를 끝낼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지출되지 않은 수조 달러의 자금을 도로·교량·댐과 같은 중요한 프로젝트에 투입할 것이며 그 돈이 무의미한 ‘녹색(친환경) 사기’에 쓰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총기 피격 사건과 관련해서는 “알다시피 암살자의 총알이 4분의 1인치 차이로 비껴가 내가 살아날 수 있었다”며 “사방에 피를 흘렸지만 나는 매우 안전하게 느꼈다. 신이 내 편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당대회장에 모인 공화당원들은 트럼프가 피격 이후 다시 일어서 주먹을 흔들어 보이는 사진이 대형 화면에 비칠 때마다 열광적으로 “싸우자(fight)”를 외쳤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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