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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7 (화)

SK '노태우 비자금' 진실 드러날까…국세청 조사 여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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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 "불법 통치자금 당연히 과세"…재조사 시사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영향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판에서 제기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 여부에 대해 국세청의 재조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세 당국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불법 통치자금'으로 보고 과세를 본격화할 경우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6공화국의 비자금 실체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비자금의 규모와 전달 여부, 사용처 등의 진위가 확인되면 대법원으로 향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재판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 회장과 SK그룹은 비자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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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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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강 후보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900억원대 자금의 과세 여부를 묻는 말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12·12 군사쿠데타의 성공에 기반해 조성된 불법 통치자금에 대해서는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효·법령 등에 문제가 없고 900억원대의 자금이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이 맞는다면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강 후보자의 발언은 비자금에 대한 과세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점을 밝힌 것이지만, 이를 위한 당국의 재조사가 이뤄지면 현재 진행 중인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2심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결국 이 300억원이 1조3천8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비자금을 포함해 유·무형의 지원을 받아 SK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꼬리표가 달린 300억원 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이 메모지 한 장을 통해 3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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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한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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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 회장과 SK그룹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항소심 결과를 보고 SK가 제6공화국의 비자금과 비호 아래 성장했다는 정의가 내려져 버렸다"며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SK그룹 측은 비자금 300억원의 정확한 전달 방식과 사용처, 100억원 약속어음의 구체적인 처리 결과, 대통령 사돈 기업으로서 받은 특혜 의혹 등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후보자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의 자금에 대해 시효·법령 등 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과 관련된 추가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확인돼 추징된 액수는 2682억원 수준이다.

비자금으로 확인돼도 국고 환수는 공소시효가 지나는 등 어렵지만, 증여세 과세는 이와 달리 볼 여지가 있다. 메모에 기재된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되면, 증여세 등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남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 과세 당국이 노 관장 측이 주장한 '자금 메모'를 인지한 시점인 2심 판결일(2024년 5월 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하다.

당국이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에 대해 과세 절차에 착수하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또 구체적인 비자금 규모와 실제로 SK그룹 측으로 이 자금이 흘러 들어갔는지가 확인되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904억원은 음지에서 양지로 처음 나온 돈이고 불법 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국세청에서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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