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유족인 최주완씨(오른쪽 첫번째)가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배보상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국민들에게 ‘옥시 불매 운동’을 계속해줄 것을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서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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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검찰은 왜 최대 가해기업 옥시의 사장이었던 거라브 제인을 잡아오지 못하는 겁니까?”
가습기살균제 유족인 최주완씨는 지난 1일부터 매일 여의도 옥시 사옥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장맛비에 찜통더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최씨가 매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최대 가해기업인 옥시가 보이고 있는 무책임한 행태 때문이다.
옥시가 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인 옥시싹싹으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건강상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2008년 사망한 최씨의 아내 고 김영금씨를 포함해 5087명에 달한다. 전체 피해 인정자의 약 89%에 달하는 숫자다. 하지만 참사가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지 1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옥시 측이 배상을 완료한 피해자는 418명에 불과하다. 피해자들은 나머지 4667명의 옥시 제품 사용 피해자에 대해 옥시 측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옥시 측은 2022년 4월 마련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안에 대해서도 거부하면서 피해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최대 가해기업인 옥시와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만든 애경이 거부하고 있는 조정안에는 옥시 측이 조정안 이행에 필요한 기금의 52%를 부담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피해 인정자의 89%가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임에도 옥시 측은 이 금액이 너무 많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당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는 옥시 등 9개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9240억원가량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최씨는 아내의 사망 피해에 대해 옥시 측과 배보상 합의를 했지만, “그것만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잊은 채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트에서 내 돈 주고 산 생활용품때문에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여전히 믿기도,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아내 없는 집에서 우리 아이들은 고통속에 자라야 했고,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옥시를 소유한 영국 업체인 레킷사 역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2010~2012년 옥시 사장을 지낸 거라브 제인은 한국 검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했고, 2016년 국회의 국정조사와 2019년 특조위의 청문회 때도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2016년 당시 한국 검찰은 거라브 제인에 대해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렸지만 여전히 수사에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현재 거라브 제인은 레킷의 인도지사 고위임원으로 일하면서 인도의 방송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한국 검찰의 수배를 무색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거라브 제인 이전의 옥시 사장이었던 존리의 경우 구속은 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거라브 제인 등 외국인 임원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검찰이 존리의 죄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존리가 이후 구글코리아 사장을 지낸 것에 대해 피해자들은 “살인 기업 수장이 버젓이 한국에서 활동한 것”이라며 개탄해 왔다.
최씨는 앞으로도 1인 시위를 통해 한국 검찰에 거라브 제인을 구속 수사할 것을 촉구하고, 옥시 측에 조정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는 국민들에게 “계속 옥시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해 주시고, 동시에 피해자들의 활동을 응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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