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지상전때 대피 촉구했던 곳
하마스 핵심 지휘관 데이프 노려
벙커버스터 등 사용… 300여명 부상
이 “사망자 대부분 하마스 대원일것”
1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일대에서 주민들이 이날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숨진 희생자를 옮기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칸유니스 서쪽의 안전지대 알마와시 부근에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 지휘관 무함마드 데이프를 노렸다고 주장했지만 데이프 사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민간인 희생만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칸유니스=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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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1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인근 알마와시 일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핵심 지휘관 무함마드 데이프(사진)를 노린 대규모 공습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최소 91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3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다만 정작 데이프의 사망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데다 알마와시는 이스라엘이 직접 ‘안전지대’로 선포한 곳이어서 민간인 희생만 키웠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알마와시에서 최소 91명의 주민이 숨졌고 300여 명이 다쳤다. 최근 몇 주 사이 가장 많은 인명 피해”라고 밝혔다. 인근 나세르 병원 관계자들은 이날 공습 후 시신과 부상자들로 병원이 넘쳐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도 공습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번 공격이 데이프, 또 다른 지휘관 라파 살라마의 제거를 목표로 이뤄졌으며 사망자 대부분은 민간인이 아닌 하마스 대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이프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즉 ‘알아끄사 홍수’ 작전을 주도한 핵심 인사다. 당시 공개된 영상에서 스스로를 작전 책임자라고 언급하며 “총을 가진 사람은 모두 꺼내 들고 이스라엘 공격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본명은 무함마드 디압 이브라힘 마스리이지만 아랍어로 ‘손님’이라는 뜻의 ‘데이프’를 가명으로 쓴다. 이스라엘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매일 다른 동료의 집에서 지내는 관행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이번 공격에서 데이프의 사망 여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습 직후 기자회견에서 “데이프가 제거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마스 또한 “데이프는 무사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이번 공습에서 이스라엘군이 2000파운드급 초대형 폭탄인 ‘벙커버스터’ 등 대형 폭탄 5기를 사용했다며 “앞선 하마스 고위급 인사 암살 시도 때보다 많은 양”이라고 보도했다. 벙커버스터는 지하에 숨은 적을 공격하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도록 설계된 폭탄이다. 사용 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사망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막대한 인명 피해로 인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일대에서 지상전을 거듭하면서 많은 주민들에게 “알마와시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아랍권은 이스라엘이 직접 안전지대로 설정한 곳에 초대형 폭탄을 들이부어 대규모 민간인 희생을 초래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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