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인근 삼지연시 개발 현장에서 건설 감독 간부들의 ‘극심한 직무태만’을 고강도로 질책하며 처벌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1면에 실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월 11일과 12일에 걸쳐 이틀 동안 삼지연시 건설사업 전반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 위원장은 11,12일 삼지연시 건설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새로 지은 국내 관광객용 여관을 “발전하는 시대적 요구와는 근본적으로 대치되게 낡고 뒤떨어진 기준으로 허술하게 시공”했다고 지적하고, 신설 건물을 비정상적으로 개건·보수할 필요가 생겨 경제적 손실이 초래됐다고 언급했다.
특히 “심중한 부족점들을 준공검사에서 그대로 통과시켜 운영 단위에 넘겨주는 무책임한 행위”를 했다며 건설감독 부문 간부들의 책임을 따졌다.
그는 “국가건설감독상 리순철은 준공검사를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단 한번도 삼지연시에 나가보지 않고 현지 지휘부 일군들에게만 방임”했으며 “전 국가건설감독성 부상이라는 자는 현지에 나와 틀고 앉아서는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로 허송세월”했다고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권리정지시키고 법 기관에 즉시 넘겨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의 “당중앙과 정부의 요구와 지시, 경고를 귀등(귓등)으로도 듣지 않고있다”, “사상적 해이와 직무태공(태업)이 얼마나 극도에 이르렀는가”,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초보적인 도덕과 자격도 없는 덜돼먹은 자” 등의 거친 표현이 여과없이 보도됐다.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 위원장은 삼지연시 건설지휘부 준공검사위원회 관계자들을 전원 사업 정지시키고 건설부문 정치그룹 책임자인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강직시키라고도 지시했다.
또 “평양시 살림집 건설에만 치중하면서 건설 전반 사업을 지도해야 할 직책상 임무 수행을 태공한 내각 부총리와 국가설계기관의 책임일군들의 취미본위주의적인 관점과 사업능력도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내각 부총리 가운데 건설 분야는 박훈 부총리가 맡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삼지연에서 국제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2년 안에 대규모 스키관광 휴양지를 건설하는 문제 등을 현지에서 논의했다.
또 “반드시 가까운 앞날에 펼쳐놓을 백두산관광문화지구는 분명 친선적인 외국의 벗들에게도 독특한 매력을 느낄수 있는 관광지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중국 등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업을 강력하게 펼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강도에 위치한 삼지연시는 북한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역사적 장소 중 하나다. 김정은 일가의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두산을 행정구역에 두고, 김 위원장은 정치·외교적으로 중대한 고비에 이곳을 찾아 국정운영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북한은 삼지연을 ‘산간 문화도시의 표준’이자 '본보기 지방도시’로 발전시키겠다며 2018년쯤부터 유럽풍 전원주택 조성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해 왔다.
김 위원장은 4년간의 삼지연시 건설사업이 마무리돼 가던 2021년 11월 이곳을 찾아 숙박시설 추가 건설, 도로·철길공사 추진 등 추가공사 지시를 내렸다. 삼지연비행장 개건과 철길 공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 추가공사는 대부분 완료됐다. 그러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자 김 위원장이 다시 현지를 찾아 공사 관련자들을 문책한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 수준의 ‘격노‘는 지난해 8월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피해 복구 현장에서 한 차례 나온 바 있다.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다”는 등 특정인을 거명한 신랄하게 비난한 보도가 공개돼 언급된 인사들에 대해 숙청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정부 안팎, 전문가들의 예상은 비껴갔다. 김덕훈 총리는 이후에도 건재한 상태여서 배경이나 통치스타일의 변화 여부를 두고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경제현장 시찰에서 특정인을 지목하고 고강도 공개 질책이 또 나온 것은 사업의 중요성에 비해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거나, 일선 간부들의 기강을 강하게 잡아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반증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