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 파파로 미국 인태사령관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진주만 히캄 공군기지에서 국내 매체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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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한반도 작전을 총괄하는 미국의 새뮤얼 파파로(60·미 해군 제독)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이 실제 대만을 공격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주한미군을 비롯한 한반도의 어떤 군사력도 재배치할 계획이 없다(no plans to relocate any of the capability)”고 밝혔다. 그가 지난 5월 취임 이후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며, 인터뷰에는 중앙일보를 비롯한 7개 매체가 참여했다.
파파로 제독은 다국적 해양 훈련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 기간 중 국내 취재진에 미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를 공개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DC 방문길에 인태사를 들른 것은 매우 전략적 행보”라며 “윤 대통령과 북·러 정상회담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과 관련해 미측이 무인기(UAV)를 활용한 구체적인 방어 계획을 세웠음을 시사하는 발언도 있었다.
인터뷰는 미측 요구로 히캄 공군기지의 활주로에서 미 스텔스 전투기인 F-35B 5대를 원형으로 배치하고 파파로 제독이 가운데 서서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는 한·미 정상이 같은 날 워싱턴DC에서 핵작전 지침을 명시한 공동성명을 통해 ‘일체형 확장억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맥락이 닿는다. 미 측의 한반도에 대한 방위 공약을 F-35B를 통해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F-35B는 한반도 유사시 미측의 증원 전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 인태사 관계자는 "히캄 기지를 언론에 공개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파파로 제독은 한국을 묘사하며 '동등한(equal)'이라는 단어를 8차례나 쓰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인태사에 방문했을 때 어떤 논의가 오갔나.
A : “인태사에는 미국의 4성 장군 지휘 본부의 12%, 작전 부대의 70%가 속해 있다. 윤 대통령이 유럽과 인도-태평양 정상들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하는 워싱턴DC로 향하는 길에 인태사를 방문한 건 매우 전략적인 행보였다고 생각한다. 인태사 입장에선 크나큰 영광이었다. 윤 대통령과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물론 푸틴과 KJU(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매우 우려스러운 회담에 관한 논의, 한반도에서 미사일 기술과 핵 기술의 확산이 주는 시사점,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 전술핵 재배치 여론도 있는데.
A :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모두에게 매우 우려되는 사항이다. 우리는 항상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과 동등한 파트너로서, 그리고 워싱턴 선언의 정신에 따라 우리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미)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켰다. 우리는 NCG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매우 높은 수준에서 대화를 꾸준히,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다.”
Q : 한국이 (호주처럼)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는 문제에 대해선.
A : “잠수함전의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를 가장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의 역량을 가장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에 작전 분석의 결과가 그에 부합한다고 나온다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관련 입장은 없다. 분명한 것은 동등한 파트너이자 고도의 기술을 가진 국가로서 한국에 대해 동등한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Q : '나토식 핵 공유'와 같이 한국이 보유한 F-35 전투기로 미측 전술핵을 운용하는 방식도 가능한가.
A : “이는 대한민국의 주권적 사항으로 이는 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NCG 내 고위급 정부 레벨에서 미국과 한국 간에 주권적 논의가 이뤄질 수는 있다고 본다.”
이는 나토식 핵 공유 방식의 경우 이중 목적 항공기(DCA)로 개조한 F-35A 등의 한국 측 도입 결정이 선행돼야 그 다음을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는 기본적으로 한·미 간 북핵 대응은 양측 정상이 합의한 대로 미국의 확장 억제 강화에 방점을 둔 NCG 틀을 통해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새뮤얼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 히캄 공군기지 내 활주로에서 국내 매체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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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 없어
Q : 2027년 이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대만 전선 방어를 위해 미국이 주한미군을 조정할 것이란 우려가 한국 내에 있다.
A : “우리는 한반도의 어떤 군사력도 재배치할 계획이 없다. 우리 동맹의 견고함 때문이다. 미국이 갖고 있는 모든 전투 계획(combat plans)은 모든 형태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전지구적 계획이 될 것이다. 우리의 계획은 인도-태평양 전역에 걸친 포괄적인 계획이 될 것이며, 우리는 이 계획에 대해 매우 확신하고 있다.”
파파로 제독은 앞서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 회의)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대만해협에 무인기를 활용한 '무인 지옥도(hellscape)'를 만들어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미측 인태 전략의 작전 개념을 언론에 일부 공개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그만큼 실질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Q :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대만 해협을 '무인 지옥'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A : “(중동의)흑해와 우크라이나 작전에서 볼 수 있듯 점점 더 무인 체계가 한정된 전장에서 해상거부작전과 항공거부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군에 도움을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게 21세기 전쟁의 핵심이며, 이를 전세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저지)작전이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그리고 승인이 된다면 미국의 대만관계법에 따라 행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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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태 지역 중추 국가”
Q : 림팩에 한국도 참여하고 있는데, 인태 지역에서 한국이 어떤 기여를 하기를 원하나.
A : “세계 최대 규모의 연합 해상 훈련인 림팩을 통해 우리 동맹과 파트너십의 강력함을 보여주고, 공동의 가치에 대한 연대를 보여줄 수 있다. 한국은 림팩에서 매년 리더십과 참여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올해는 연합해군구성군사 부사령관이었지만 차기엔 구성군사령관을 할 수도 있다. 한국의 야망을 볼 때 인태 지역에서의 역할을 가늠할 수 있으며, 림팩 뿐 아니라 한·미·일 연합훈련 등을 통해 크나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전지구적으로 중추적인 국가다.”
미측 인태사령부는 미국의 6개 지역별 통합전투사령부(북부·남부·인도태평양·유럽·중부·아프리카) 중 가장 넓은 책임 지역(AOR)을 갖고 있으며, 이는 지구 면적의 52%에 해당한다. 인태사령관은 이 지역에 대한 미측의 핵 전력 배치·조정을 포함한 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도 인도태평양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
진주만=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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