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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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탄핵소추안에 기권표를 던진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결국 원내부대표직을 사퇴한 것을 계기로 의원의 소신에 따른 활동을 위축시키는 민주당 분위기에 대한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곽 의원은 지난 2일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안의 법제사법위원회 회부 동의의 건에 기권표를 던진 이후 이어진 당 안팎의 비난에 전날 원내부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민주당은 ‘자진 사퇴’라고 밝혔지만 당론을 어겼다며 징계를 촉구하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당이 받은 셈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일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를 두고 곽 의원이 “당론 표결 과정에서 본의와 다르게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원내부대표단에서 자진 사퇴함으로써 일단락 맺고자 했다”며 “당론 채택 여부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부족했다는 의견을 줬다”고 밝혔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원내지도부는 당론의 엄중함과 사안의 심각성을 충분히 주지시켰다”며 “(당이 사퇴를) 만류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지도부에서) 만류한 것은 없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앞서 곽 의원은 지난 2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회유 의혹을 받는 박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법사위 회부 동의의 건 표결에서 기권표를 행사했다. 곽 의원은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추후 법사위 탄핵 조사를 통해 탄핵 사유가 충분히 밝혀지면 최종 표결에서 마땅히 찬성으로 표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비판과 징계 요구가 이어졌다.
이번 사태를 두고 ‘당론을 어기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란 비판이 당내에서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곽 의원을) 보호해줬어야 한다”며 “의원은 당론을 추진하는 데 있어 헌법기관으로서 소신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표를 내는데 (지도부가) 막지도 않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상용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법사위 회부 동의의 건을 통과시키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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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없는 민주당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일 당론으로 발의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관한 보고는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뤄졌다.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당시 안건 보고는 있었지만 의견 개진 등 토론은 없었다. 속전속결로 논의된 탓에 숙의를 거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제안되면 토론이 뒤따르는 것인데 토론자가 없었다”며 “(곽 의원도) 의총에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어야 명분이 좀더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숙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현상의 이면에는 22대 국회 들어 달라진 당론 채택 과정이 있다. 민주당은 성안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의총에서 공지하기보다는, 주요 법안들을 당론으로 공표한 뒤 소관 상임위원회로 내려보내는 톱다운 방식을 ‘입법 전략’으로 삼고 있다. 법안이 다소 설익었더라도 해당 법안들이 우선순위라는 메시지를 당 안팎에 알리며 ‘일하는 국회’의 면모를 보여주고 당론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함이다. 민주당이 지난 5월 당선인 워크숍에서 밝힌 22대 국회 최우선 추진 법안은 56개에 이른다.
대여 투쟁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상황에서 당론 법안의 양과 질은 반비례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전에는 당론을 정말 신중하게 정했는데, 이번 국회에선 당론이 너무 많아지면서 ‘강제적’ 당론인지, ‘권고적’ 당론인지 애매하게 되어버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당시 당론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설명이 다소 결여됐다”면서 “상임위에서의 수정이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에 권고적 당론인 것이라 (곽 의원에 대한 조치는) 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재선 의원은 “민생 관련 법안들은 충분히 논의를 거치는 것 같은데, 정치적 사안의 법안들은 이견이 있을 수 있어 지금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곽 의원이 원내 지도부 소속이어서 책임이 따르는 것이란 평가도 있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원내부대표는 의원들에게 당론으로 결정된 것을 권고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기권표 행사가)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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