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에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 주목 |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에 나선 헤지펀드들이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수요, 정부 지원 등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주목하고 있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자산운용사 맨그룹, 싱가포르의 펑허자산운용사, 홍콩의 클라우드알파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이스트이글자산운용사 등이 아시아 AI 투자 대상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40억 달러(약 5조5천억 원)어치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펑허의 최고 투자책임자(CIO) 맷 후는 "엔비디아가 AI 스토리의 왕이라면 (SK)하이닉스는 여왕"이라고 말했다.
펑허 등은 지난해 AI 열풍으로 미 증시에 상장된 엔비디아의 기업가치가 3조 달러(약 4천136조 원)를 넘어서고 아시아에서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동반 상승한 데 비해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차세대 AI 경쟁에 뛰어든 테크(기술)기업들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주로 제조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 확보를 서두르면서 이들 기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 칩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업체이다.
펑허의 후 CIO는 SK하이닉스의 매출 가운데 엔비디아 판매 비중이 TSMC의 비중보다 높은데도 SK하이닉스의 선행 주가수익률(P/E)이 9배인데 비해 TSMC는 23배나 된다고 지적했다.
HBM 칩뿐 아니라 메모리칩의 전반적인 공급부족도 이들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지난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이 15배 증가(잠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과 주주 수익률 개선 노력의 일환인 '밸류업 프로그램' 등도 주가 상승의 순풍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 AI 업종 중심으로 헤지펀드의 자금이 몰리면서 6월 코스피 지수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시장분석업체 LSEG에 따르면 한국 증시에 올해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으며 이는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한국 증시의 AI 테마는 반도체업종을 넘어 확산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클라우드알파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크리스 왕은 전력 장비 제조업체인 HD 현대일렉트릭에 투자하면서 전력 소비 급증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 333%나 상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의 사이먼 우 아시아·태평양 기술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AI 생태계 성장에 따라 반도체 장비, 냉각시스템, 심지어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매출 증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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