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앤드루 W. 멜론 오디토리움에서 나토 창설 75주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정상회의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스스로 외교 성과로 꼽아온 동맹 외교에 대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메시지와 자신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반격하기 위한 메시지를 함께 발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먼저 “우크라이나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막을 수 있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독일, 네덜란드, 루마니아, 이탈리아와 함께 우크라이나가 요청해왔던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포대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비(非)나토 회원국이 이번 회의에 참석한 것을 언급하며 “이들은 우리의 성공에 그들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에 여기에 와있고 우리도 그들의 성공에 우리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했다.
이는 유럽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동맹국 정상들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이 워싱턴 DC의 앤드류 W. 멜론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나토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반면 동맹국들의 분담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던 2020년에는 9개 나토 동맹국만 국방비의 2%, 즉 국민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했지만, 올해는 23개국이 최소 2%를 지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확대된 미국의 전쟁 비용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을 의식한 말로 해석된다.
바이든의 발언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나토 정상들이 나토 중심부에 구멍이 뚫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약속은 나오겠지만, 우크라이나의 숙원이자 핵심 안건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국 가입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며 회담의 성과가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보도를 내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단 및 연구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가세했다. TV토론 이후 이어진 민주당의 내홍 상황 내내 대외 메시지를 최소화해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골프장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방위비를) 연체 중이면 러시아로부터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그래서 수십억 달러가 쏟아져 들어왔다”며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은 바이든이 아닌 자신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전 세계 앞에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공식적으로 주겠다”며 TV토론과 골프 대결을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참패'로 평가되는 토론을 재차 언급하며 여론의 관심이 나토 정상회의로 분산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언론은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회의가 바이든의 고령 논란을 평가할 계기로 보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기념사로 시작된 나토 회의는 둘째 날인 10일 본격적인 회의에 이어 백악관에서 진행되는 나토 동맹국 정상들의 초청 만찬이 이어진다. 윤석열 대통령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국가(AP4) 정상들이 참여하는 확대 정상회의은 11일로 예정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도럴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모든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면 후보 사퇴론을 차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말실수 등이 반복될 경우 사퇴론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특히 11일 단독 기자회견은 TV토론 이후 처음으로 사전대본 없이 진행되는만큼 바이든의 거취를 결정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m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