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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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어제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발생한 것은 1969년 창사 이래 55년 만에 처음이다. 회사 측은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없다고 밝혔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내내 계속된 적자에서 벗어나 겨우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 타려는 시점에서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난 것이다.
전삼노 측은 전 조합원 대상 연봉 6.5% 인상, 연말 성과급 기준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사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2차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삼노는 이번 파업의 목적을 ‘생산 차질’로 규정했다. 총파업에 조합원 6540명, 이 중 반도체 설비·제조 공정 직군에서만 5211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반도체 라인은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고 있고 반도체(DS) 부문의 직원은 약 7만 명이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잠깐이라도 생산라인이 멈추면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15조 원 가까이 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해 들어 흑자로 돌아섰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선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고,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아직 납품조차 하지 못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는 대만의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부문 수장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어야 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한국 경제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피할 수 없다.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은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사활을 건 전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분야 한국 국가대표인 삼성전자의 파업은 물 들어올 때 노를 부러뜨리는 역주행이 될 수밖에 없다. 노조의 파업 예고에 뉴욕타임스 등 외신조차 “고객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삼성으로서는 불편한 타이밍”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AI가 주도하는 최근의 반도체 회복 국면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영원히 갈릴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경쟁에서 도태돼 실적이 악화하면 회사는 물론이고 노조에도 결과적으로 손해다. 노조 측은 파업을 접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노사가 함께 다시 신발끈을 죄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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