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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한라산 정상 '인증샷' 위해 1시간 줄 서… "표지석 좀 더 세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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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자연석 앞 촬영 대기 길어
나무 표지 2개 있지만 분산 안 돼
"대기 길어져 하산 늦어질 위험도"
관리소 "추가 설치는 어려운 상황"
한국일보

한라산 정상에 등산객들이 자연석 표지석 앞 기념촬영을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민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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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라산 정상 표지석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정상 표지석을 늘려달라는 민원이 나오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측은 추가 설치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줄 길이 70m... 분산도 안 되는 실정


최근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는 "백록담 앞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한 시간가량 줄을 서서 기다렸다"며 "자연석 표지석을 더 만들어 달라"는 민원이 올라왔다. 글쓴이가 첨부한 사진에는 한라산 정상부 계단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글쓴이는 "당시 줄 길이가 족히 60~70m는 돼 보였다"며 "4~5시간을 힘들게 올라와 사진을 찍기 위해 뙤약볕에서 한 시간을 다시 기다리는 불편을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도 "사진 촬영을 대기하다가 하산 시간이 지체돼 안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자연석 표지석 추가 설치를 요청하는 민원을 남겼다.

문제가 된 '인증샷' 명소는 한라산 정상 화구호 백록담 동쪽 능선에 위치한 자연석 표지석 앞이다. 2011년 서예가 송옥 김영미의 글씨를 받아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백록담'이라고 새긴 표지석으로, 2010년대 후반부터 정상 등반을 인증하는 필수 코스로 유명해졌다. 이곳으로 등산객들이 몰리면서 한 번 기념 사진을 찍으려면 기본 1시간~1시간 30분가량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산행철에는 줄이 수백 m에 이르기도 한다.

관리소 측은 분산을 유도하고자 "자연석 표지석 외에 '한라산 동능정상' '명승 제90호 한라산 백록담'이라고 새겨진 나무 표지 두 개도 있다"고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꼭 표지 앞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라산 등정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도 오해다. 인증서 발급에 필요한 사진은 정상 아무곳에서나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등산객들은 등정 인증으로 가장 유명한 장소인 자연석 앞을 좀처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 현상 변경 문제로 어렵다"

한국일보

한라산 백록담에 있는 자연석 표지석. 연합뉴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측은 민원에 공감한다면서도 "표지석을 더 세우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라산 백록담이 국가지정문화재로 등재돼 있어 표지석을 추가로 설치하는 행위가 문화재 현상 변경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문화재 현상 변경은 별도 심의·허가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한라산 관리소는 해당 민원들에 "백록담에 올랐다면 자연석 표지석이 아니더라도 나무 표지석이나 백록담 부근에서 촬영하는 방법도 있다고 안내방송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수성 표현을 고려하면 표지석을 두 개 설치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을 달았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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