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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사태가 넉 달 넘도록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자 환자와 보호자들이 직접 거리로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 회원 300여명이 어제 서울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대회’를 열었다. 수십 년간 여러 차례 강행됐던 의사들 총파업 사태에도 인내하던 환자들이 길거리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자들은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의정갈등으로 왜 더 아파야 하나”라는 절규를 의사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환자와 환자 가족을 비롯해 국민 모두가 분노와 불안, 무기력에 빠졌다”며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이들의 요구는 지극히 당연하다.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집단행동을 더 이상 못하게 하고 어떤 집단행동을 하든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는 정상 작동되도록 국회에 의료법 제정을 요구한 것도 공감이 간다. “정부와 의료계가 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는커녕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도구 삼아 서로 비난하는 것에 더는 인내하지 않을 것”이란 대목에선 그간의 분노가 읽힌다. 오죽 답답했으면 몸이 아파 거동하기도 힘든 환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거리로 나왔겠나. 정상적인 의사라면 이런 부조리한 상황에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아산병원 의사들은 어제 진료 축소에 들어가면서 내년 초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지난달 27일부터 무기한 자율 휴진에 들어간 가운데 고려대·충북대 의대 교수들도 조만간 집단휴진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사태를 적극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는 의대 교수들이 되레 파업을 주도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전공의·의대생들은 아직도 ‘의대 증원 재검토’라는 비현실적 주장을 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의대 정원이 확정되고 압도적 국민이 지지하는데도 여전히 ‘버티면 이긴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 아닌가.
의료계는 사분오열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개원의까지 동원한 총파업까지 벌였지만 참여율이 10%대에 그쳐 한계를 드러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임현택 의협 회장의 독선·무능·막말을 문제삼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투쟁 동력이 사라졌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의사들은 더 이상 버티는 건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환자 곁으로 돌아온 뒤 정부와 협상을 벌이는 것이 순리다. 정부도 사태 수습을 위한 전향적인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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