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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SON아카데미 학부모들 "체벌 없었다"vs시민단체 "2차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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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아동학대 혐의 피소' 손웅정 감독 선처 호소

시민단체 "피해자 입장에서 가장 괴로운 입장문" 비판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운영하는 SON축구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혐의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들이 "지금껏 체벌은 없었다"는 취지로 선처를 요청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2차 가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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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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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축구아카데미 학생 학부모들 "전지 훈련 터닝포인트 필요했다…아이들은 행복하다는데 누굴 위한 수사인가"
4일 자녀를 SON축구아카데미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 훈련에 동행한 일부 학부모들도, 아이들도 체벌이 있었다는 그날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무언가 분위기를 바꿀 터닝포인트는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다"며 "그날의 일에 대해 누구도 별다르다거나 특이하다고 느끼지 못했고 아이들조차 무슨 별일이 일어난 것인지 의아해하고 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손 감독을 떠받들고 있다거나 체벌이 정당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직접 일을 겪은 당사자들은 정작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일을 바깥사람들이 각자의 잣대만을 들이밀어 아카데미 안에서 마치 큰 범죄가 일어난 것처럼 아카데미 구성원들을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오히려 저희를 괴롭히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또 학부모들은 문화연대 대한체육회,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스포츠인권연구소,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4곳이 지난 1일 공동 성명서를 내 손 감독과 코치들을 향해 "인권 감수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비판하고 이들에 대한 엄정 수사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이들은 "여태 운동장에 한 번 와보지도 않은 시민단체라는 사람들은 직접 만나보지도 않았을 감독님을 폭력적이라며 비판하고,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스포츠윤리센터는 아카데미를 들쑤시겠다며 예고하고 있다"며 "정작 이곳 아이들은 행복하다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인권이고 누구를 위한 수사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수사·사법 기관에 피의자들에 관한 선처를 요청했다.

"사건 조사 중 만난 가해자들 다 좋은 분…피해자 입장에선 학부모 입장문은 가해 행위, 괴로울 것"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이날 학부모들 측의 입장이 발표된 직후 시민단체들이 예정됐던 토론회에서 학부모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장을 지낸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나도 손 감독님이 좋은 분이라 생각한다"며 "방송에서 보면 담백하고, 순수하게 말씀하시는 게 알고 지낼만한 좋은 분 같은데 내가 사건 조사 중 만난 가해자들도 다 좋은 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어떤 행위가 있었고, 학부모님들이 팀을 유지하기 위해 가해를 두둔하는 행동이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런 입장문이 가장 괴롭다"라고 강조했다.

함은주 스포츠인권연구소 사무총장도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축구를 계속해서 해야 하는데 일상이 침범되고, 여기서 계속 훈련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시는 건데 일종의 가해 행위"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지도하고, 일상을 유지할 책임 역시 아카데미 측에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동학대 혐의 피소' 손 감독 측 "시대의 변화 발맞추지 못한 점 반성"…합의금 의혹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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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일(3월 9일) 이후 사흘이 지난 3월 12일 촬영한 A군의 멍자국.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손 감독과 손흥윤 수석코치(손흥민 선수의 친형), B 코치는 지난 3월 아카데미에서 축구를 배우던 A군으로부터 고소당했다. A군 측은 같은 달 일본 오키나와 전지 훈련 중 경기에서 졌다는 이유로 코치들에게 엎드린 자세로 맞아 붓고 피멍이 들었다고 했다. 또 손 감독에게 수시로 심한 욕설을 들었고, 목덜미를 붙잡히고 밀쳐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손 감독 측은 특정 선수를 짚어 욕설한 적은 없으며, 체벌한 사실은 있으나 학부모들이 보는 곳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손 감독 측은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을 반성하고,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훈련에 몰입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춘천지검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손 감독과 손 수석코치, B 코치 등 3명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이후 첫 소환조사다.

또 지난달 28일 손 감독의 법률대리인 김형우 법무법인 명륜 변호사와 A씨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통화에서 A씨는 합의금으로 5억원을 원한다며 김 변호사에게 "5억원 받아주면 내가 비밀리에 1억원 주겠다"며 리베이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손 감독이 "우리가 한 행동이 잘못됐다고 하면 그냥 처벌받겠다"며 3000만원을 넘는 합의금에 대한 수용 불가 방침을 굽히지 않으면서 최종 합의가 결렬됐다. 이후 A씨 측은 아들이 코치에게 맞아 생긴 멍 사진 등을 언론에 제보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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