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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26시간 만에 끝난 필리버스터…종결부터 특검 표결까지는 딱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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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박준태 최장 6시간49분 발언…야당은 '속전속결' 강제 종료

우의장 표결 강행에 여야 반말·삿대질…"니가 뭔데"·"왜 반말이야"

"특검법, 대통령 탄핵 교두보" vs "거부권 행사하면 尹에 책임 물을 것"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박경준 조다운 오규진 기자 = '채상병특검법'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열린 22대 국회 첫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4일 여야 간 고성·삿대질이 오가는 충돌 끝에 막을 내렸다.

필리버스터는 180석 이상을 확보한 야당의 토론 종결권 행사로 26시간 만에 '조기' 종료가 됐지만, 이후 채상병특검법이 본회의에서 가결되기까지는 불과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연합뉴스

필리버스터 중단 항의하는 국민의힘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24시간 경과 후 중단을 요구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4.7.4 kjhpress@yna.co.kr



전날 오후부터 이틀째 이어진 이번 필리버스터는 여야 의원 7명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을 첫 타자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국민의힘 주진우·조국혁신당 신장식·국민의힘 박준태·민주당 서영교·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교차로 연단에 올랐다.

초반부터 신경전이 팽팽했다.

첫 토론자 유상범 의원은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라고 비판하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쳤고, 이에 유 의원이 "공부 좀 하라"고 되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최순실 특검 때 여당의 특검 후보 추천 권한이 없었다"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이런 건 좀 공부를 해주셔야 한다"고 비꼬았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대통령께 직접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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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중단 항의하는 국민의힘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24시간 경과 후 중단을 요구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4.7.4 kjhpress@yna.co.kr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대장동 비리 같은 경우 일주일이나 열흘 만에 민주당 인사들 10명씩 입건해서 조사받으라고 하면 수긍할 수 있겠나"라고 했고,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은 이화영 전 경기도지사의 대북 송금 혐의 판결문을 두 시간여에 걸쳐 읽어 내려가기도 했다.

곽 의원이 이어 야당 법사위원들을 향해 "모두 피고인이거나 피의자 신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김건희 주가조작이 더 심각하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계속되면서 주호영 부의장은 "발언 내용에 간섭할 수 없다. 회의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정회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 부의장은 그러면서도 곽 의원에게 "국회법에 의하면 타인을 모욕하는 발언은 금지"라고 했지만, 곽 의원은 "모욕이 아니다. 법사위에 피의자, 피고인이 너무 많아서 더 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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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다툼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말다툼을 하고 있다. 2024.7.4 saba@yna.co.kr



이번 필리버스터는 전날 오후 3시 39분에 시작했고, 이날 오후 4시 45분 실시된 종결 표결이 오후 5시 52분 가결되며 종료됐다.

모두 26시간 13분이 소요된 것으로, '밤샘'으로 진행된 만큼 여야 의원들은 조를 이뤄 번갈아 자리를 지키며 상대 당 의원의 토론을 지켜봤다.

토론 종결 시점에는 여야 간 충돌이 극에 달했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는데, 규정상 24시간 이후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는 종료된다.

이에 따라 우 의장은 24시간을 넘긴 오후 3시 50분, 4시 두 차례 토론 종결을 독촉했지만 곽 의원은 이를 거부하며 "표결하는 동안 발언을 계속하겠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원내지도부도 연단 앞을 맴돌며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우 의장은 4시 10분 마이크를 강제 종료했고 연단 앞으로 우르르 몰려나와 뒤엉킨 여야 의원들의 충돌이 빚어졌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삿대질과 고성이 오갔고, "왜 반말이야"·"니가 뭔데" 등 반말로 격한 표현을 주고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에게 "토론을 보장하라", "사퇴하라", "물러나라"를 연이어 외치며 항의했으나 우 의장은 결국 종결 표결을 강행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며 필리버스터는 막을 내렸다.

이후 불과 3분 뒤인 오후 5시 55분에는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90명 중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애초 국회는 이날 사회 분야 대정부질문을 예정했으나 여야 충돌의 여파로 진행하지 못한 채 본회의는 곧바로 산회했다. 여야는 산회 직후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한편 이번 필리버스터에서는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이 6시간 49분으로 최장 시간 발언했다.

첫 토론자로 4시간 18분을 기록한 유상범 의원은 발언대를 떠나지 않기 위해 성인용 기저귀를 차기도 했다.

필리버스터가 밤새워 계속되며 일부 의원들이 졸거나 휴대전화로 SNS·기사 검색에 몰두하는 등 토론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의장단도 3교대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본회의장의 의장석을 지켰다. 이날 새벽 당번이었던 주 부의장은 의장석에 기대 잠든 모습도 포착됐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와 동시에 본회의장 밖에서도 이틀째 조를 짜서 연좌 농성을 벌였다.

연합뉴스

추경호 '윤 대통령에 22대 국회 개원식 불참 요청'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며 내일 예정된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할 것이며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7.4 utzza@yna.co.kr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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