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축소' 들어간 아산병원…환자들 "중증이라 진료 받았지만..."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진료 축소 등 재조정에 들어간 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환자와 내원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빅5' 병원 중 한 곳인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진료 축소에 들어간 4일, 병원 현장에서 큰 진료 차질은 없었다. 환자들은 당장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에 불만을 표했다.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1층 외래예약·수납 창구 앞은 평소와 다름없이 환자들로 북적였다. 당초 이날부터 무기한 휴진하겠다고 예고했던 서울아산병원 교수 비대위는 한발 물러나 '강도 높은 진료 축소 및 재조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경증인 환자를 작은 병원으로 보내고 신규 환자를 덜 받는 대신, 중증·응급환자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이런 진료 축소 방침에 따라 이날 수술 건수가 지난주 대비 29%, 외래진료는 17.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실제 감소 폭이 이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일주일 전 외래 진료 건수가 1만여건이었는데, 오늘도 1만건 조금 넘어 거의 차이가 없었다. 수술도 소폭 줄긴 했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라며 "진료를 조정하려는 교수들도 환자가 원하면 진료를 봤기 때문에 평소와 다름없는 진료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 축소에도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대부분 차질 없이 진료를 본 경우였지만, 5개월째 이어지는 의료공백에 불안감을 보였다. 지난해 폐이식 수술을 받은 후 검사 차 다시 입원한다는 한모(64)씨는 "나는 중증 환자라 그런지 진료 보는 데 불편은 없지만, 의사들이 매번 의사 수 늘리는 것에 반대해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복귀에 필요한 조치 등 의대 증원 사태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며 진료 재조정에 들어간 4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내원객들이 순환버스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부인이 전날 심장판막 수술을 받고 이날 입원 병동으로 옮긴다는 김모(70)씨는 "원래 3월 수술 예정이었는데 의사 파업으로 어제(3일)로 밀린 것"이라며 "우리는 다행히 수술받았지만, 기다리다가 돌아가신 환자들도 있지 않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원래라면 살 수 있던 분들도 그렇게 되는 걸 보면 환자들이야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교수 비대위는 전공의 공백이 이른 시일 내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진료 축소를 당분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어 전공의들이 최소 내년 초까지는 복귀할 것 같지 않다"며 "(공백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하려면 예전처럼 경증 환자들까지 다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형병원 교수들에 무기한 집단휴진을 자제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지난달 27일부터 무기한 자율 휴진에 들어간 데 이어, 고려대병원과 충북대병원 교수들도 각각 12일과 26일부터 중증·응급을 제외한 일반 진료에 대한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아산병원 교수 비대위는 당초 예고한 전면 휴진이 아닌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환자들을 위한 결정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무기한 집단휴진과 같은 극단적 방식은 중단해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움직이지 않는 전공의들을 향해선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미복귀 전공의 처분 방안에 대해선 "조속한 시일 안에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야권이 발의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을 두고는 "학생 선발이나 의무 복무 관련 다양한 쟁점이 있고, 의료계·정부와의 입장 차이도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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