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건물 안 샀더니... 가계 여윳돈 47.8조 원 늘었다

정부 순조달은 '역대 최대'

1일 서울 남산에서 한 시민이 인근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뉴스1

올해 1분기 부동산 등 실물 투자가 줄면서 가계 여윳돈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재정 지출을 대폭 확대한 결과, 정부 순자금 조달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를 보면, 1~3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77조6,000억 원으로 전 분기(29조8,000억 원) 대비 47조8,0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1분기(85조6,000억 원) 이후 가장 많다. 순자금운용액은 예금이나 채권 등 금융 투자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자금 조달)을 뺀 금액으로, 사실상 가계의 여유자금을 뜻한다.

정진우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소득 증가율이 지출 증가율보다 낮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 정체로 가계가 아파트 신규 분양, 건축물 순취득 등 실물 투자를 줄이면서 결과적으로 여유자금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왔다"며 "1분기에는 상여금이 대거 유입되는 계절적 요인도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1분기 중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6만4,000호로, 지난해 4분기(8만6,000호)보다 2만 호 이상 감소했다.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주춤하자 가계 자금조달 규모는 전 분기 9조2,000억 원에서 이번 분기 1조4,000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1분기 자금 운용 규모는 79조 원으로 전 분기(39조 원)보다 40조 원 증가했다. 예금과 채권, 지분증권 등 대부분 상품의 운용 규모가 늘었는데, 특히 주가 상승 기대로 해외주식 취득 규모가 전 분기 마이너스(-)1조8,000억 원에서 7조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일반정부는 전 분기 8조6,000억 원 순자금운용에서 1분기 50조5,000억 원 순자금조달로 전환했다. 이는 자본순환 통계 편제 이후 최대치로, 국채 발행이 40조9,000억 원에 금융기관 차입도 29조2,000억 원에 달했다. 정부의 재정 신속 집행으로 지출이 수입보다 더 크게 증가한 결과다. 정 팀장은 "통상 1분기에는 재정을 선집행하다 보니 조달을 늘려 마이너스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올해는 특히 총선도 있고 경기 침체가 우려돼 자영업자 지원이 굉장히 시급했던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기업(비금융법인)은 순조달 규모가 전 분기 6조9,000억 원에서 1조6,000억 원으로 축소됐다.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반면, 유·무형 자산 투자는 감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