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내가 비대위원장 했으면 참패 없었다”
나경원 “그랬으면 수직적 당정 프레임에 갇혔을 것”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원희룡, 나경원 후보와 함께 행사 참여자 발언을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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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원희룡 후보가 4일 “내가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더라면 (총선에서) 이런 참패는 없었을 것”이라고 한동훈 후보를 저격했다. 한 후보는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나경원 후보가 “그랬으면 당이 수직적 당정관계 프레임에 갇혔을 것”이라고 원 후보를 때렸다. 한동훈 대세론을 깨고 한 후보의 결선 상대가 되려는 원·나 후보의 전략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희룡이냐, 한동훈이냐, 또 다시 선택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많은 사람이 경험 많은 원희룡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겨야 한다고 했지만, 선택은 한동훈이었다. 그 선택의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며 “그때 내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다면 이런 참패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 대통령과 의견이 달랐더라도 그런 방식으로 충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2000년에 당에 들어와 선거 때마다 공천파동을 경험했기 때문에 공천을 얼마나 조심해서 잘 다뤄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안다”고 했다. 그는 “다른 분들 선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려 험지 중의 험지인 계양으로 갔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계양에 묶어두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원 후보는 “선거는 국회의원 경험 없이도 할 수 있지만 원내 투쟁은 그럴 수 없다. 3선 국회의원·재선 도지사·장관 경험있는 원희룡이 당대표는 더 잘 할 수 있다”며 “이번에는 원희룡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내 선거에서 하나하나 대응하진 않겠다”며 “나·원 후보 역시 전국 선거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었고, 윤 후보는 인천 총괄선대위원장이었다”고 말했다. 정면 대응하지 않고 총선 패배에 다른 후보들도 공동 책임이 있음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한동훈, 원희룡, 나경원 후보가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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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후보에 대한 반박은 나 후보에게서 나왔다. 나 후보는 SNS에 “원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다면 우리 당은 수직적 당정관계 프레임에 갇혔을 것”이라며 “원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당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나 후보는 “원 후보가 총선 승리를 말하려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보여줬어야 하지만 이재명 전 대표에 무려 8.67%포인트 차이로 패했다”며 “비전과 전략으로 승부하기보다 ‘반이재명’ 프레임에만 의존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나 후보 캠프 김예령 수석대변인은 이날 원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인요한 최고위원 후보에게 “‘계파정치’ 바람잡이 하지 말라”고 비판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원 후보는 SNS에 반박글을 올렸는데 화살은 재차 한 후보를 향했다. 그는 “인정한다. 그러나 누구 책임이 가장 큰 지는 모두 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라면 비대위원 구성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당을 개혁의 주체로 보지 않고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윤 후보는 SNS에 “대통령과 당대표의 갈등으로 당이 분열하면 민주당 탄핵 공세에 또다시 무너질 것이란 우려와 두려움이 당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며 “정말로 국민의힘을 사랑한다면 솔로몬의 지혜에 나오는 진짜 엄마처럼 당대표직을 양보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런 공방에는 여론조사상 ‘1강(한동훈)·2중(원희룡·나경원)·1약(윤상현)’ 구도 속에서 후보들의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 후보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한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려 계속 한 후보를 때리고, ‘반한동훈’ 연대의 대상인 다른 후보에 대한 비판은 자중한다는 것이다. 반면 무계파를 강조하는 나 후보는 2위로 자리를 잡기 위해 원 후보의 계파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2위로 결선에 오르면 친윤석열계 표가 자신에게 몰려 해볼만하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윤 후보는 반전을 만들기 위해 사퇴 촉구 등 강한 메시지를 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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