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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선택" 아산병원 교수들 '휴진' 돌입…환자들은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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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재조정, 경증환자 예약 마라…수술 49%·외래 30%↓"

환자들 "서로 비난만 하는 갈등 양상에 더는 인내하지 않아"

뉴스1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2024.7.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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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4일부터 진료 축소 등 재조정을 통해 휴진에 들어간다. 체력적 한계와 사태 장기화를 감안한 차선책이라고 한다. 수술은 작년 동기간보다 49%, 외래 진료는 30.5% 줄 것이라며 동네 병의원에서 치료 가능하다면 서울아산병원에 오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초래한 국가 비상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중증·응급 질환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강도 높은 근로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의료붕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에는 '빅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과 강릉아산병원·울산대학교병원 등 울산의대 협력병원 교수진과 울산의대 기초의학 교수들이 소속돼 있다. 이번 진료 재조정에 따른 휴진은 우선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만 동참한다.

비대위는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4일부터 한국 의료가 정상화될 때까지 경증질환자는 1·2차 병원으로 회송하고 단순 추적관찰 환자와 지역의료가 담당할 환자 진료는 불가피하게 축소한다"며 앞으로 중증·응급·희귀난치질환자를 우선 집중적으로 진료한다는 방침이다.

비대위 자체 집계 결과, 이날 주요 수술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 지난주보다 29% 각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래 진료는 작년 동기 대비 30.5%, 전주보다 17.2% 줄고 신규환자 진료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1%, 전주보다 16.5% 줄어들 전망이다.

이들을 비롯해 상당수 의대 교수는 직접적으로 '휴진'을 언급하기보다 진료 재조정이라는 표현 등으로 국민 우려와 환자 불편을 달래려는 모습이다. 5개월째 접어든 의정갈등에 지속 가능한 대응 방안을 찾게 됐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고범석 비대위 공보 담당(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1주일 셧다운(전면 휴진)'은 정부 압박에 큰 효과 없다고 봤다. 상황이 내년 초까지는 갈 테고 길게 보려 했다"면서 "길게 간다면 중증 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해야 해서, 재조정한다는 취지"라고 소개했다.

고 교수는 또 "병원은 예약 상황을 알려주지 않아, 비대위가 서울아산병원 23개 진료과 입원·진료 예약 수치를 자체적으로 모아 통계를 냈다"면서 "슬롯(오전·오후 진료) 자체를 중단하기보다, 꼭 우리가 봐야 하는 환자만 보는 등의 조정이 저절로 이뤄지게 된다"고 전했다.

고 교수는 환자와 전공의들의 고통을 나눈다는 취지에서 지난달 23일부터 물, 소금, 커피 외에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그는 뉴스1에 "환자와 전공의, 병원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며 "현재 몸은 괜찮다. 체력은 보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비대위는 "환자들께 송구하오나 정부의 폭력적인 의료정책 추진에 의해 촉발된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미 진단된 질환의 2차 소견이나 지역에서 치료할 질환에 대해서는 가급적 외래진료를 예약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비대위는 정부에 "암 환자와 중증 응급질환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상적 의료상황과 비교한 통계를 발표하라"면서 "상급종합병원 중복진료를 금지하고 이미 시작된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발표한 정책과 예산을 즉시 투입해달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전공의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신뢰를 회복하라"며 "정부가 변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최고 수준 의료 지표들은 곤두박질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휴진 상황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측은 "진료 재조정으로 인한 진료 차질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당일 상황을 재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병원 노동자들의 내부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노동자 1만여 명 중 4000여 명(의사 제외)이 돌아가면서 무급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신규 채용된 300명은 발령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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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방암환우연합회 회원들이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앞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4.6.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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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이 해결될 길 없다고 본 환자들도 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 방지법 제정 환자촉구 대회'를 연다. 이들은 환자, 환자 보호자와 함께 일반 국민 누구나 집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소속 102개 환자단체 주최로 개최되며, 경찰에는 1000명이 참여할 걸로 신고했다. 이들은 "서로를 비난하기만 하는 갈등 양상에 더는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응급실·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만큼은 의료인이 어떠한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재발 방지법을 신속히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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