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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중국, 동남아국가들에 대해 '두리안 외교' 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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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산 중단, 밀월 관계인 말레이시아산 수입 예정

파이낸셜뉴스

리창 중국 총리(가운데)가 지난 6월 19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의 총리실에서 안와르 이브라힘(오른쪽)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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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세계 최대 두리안 수입국인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두리안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두리안의 수입을 늘리고 줄이는 방법으로 해당 국가들과의 관계를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베트남 당국에 33개 공급처의 베트남산 두리안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두리안 농장 18곳과 유통업체 15곳에서 과도한 양의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이유에서다.

베트남산 두리안은 지난 2021년 중국 수출 허가를 받았다. 과거 태국산 두리안의 점유율은 100% 가까웠지만 베트남이 두리안 재배를 늘리는 등 맹추격하면서 지난해 태국산 두리안의 점유율은 68%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두리안의 양은 140만t에 달한다. 중국에서 두리안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매년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1~5월 태국은 22억달러(3조514억원) 상당의 두리안을 중국으로 수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2.5% 감소한 수치다. 반면 베트남의 수출액은 61% 증가한 6억6148만 달러(약 9174억7300만원)를 기록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와의 경제적 유대 강화를 위해 '두리안 외교'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 내 두리안 수입이 증가하게 된 것도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증진하고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최근 중국과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6월 19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말레이시아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회담을 갖고 경제협력 협정을 갱신했다. 협정에는 중국이 말레이시아산 두리안을 수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말레이시아 국영 베르나마통신은 "중국과 체결한 협정으로 말레이시아 6만3000개의 두리안 농가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베트남산 두리안 수입 공백을 말레이시아산으로 메운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베트남산 두리안 수입을 모두 중단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도 계속 수입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수입 제한으로 베트남 두리안 농가와 업계 안팎에선 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이 말레이시아와의 경제협력 등 전방위 관계를 강화하면서 이를 염두에 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통보에서 "수입 제한 대상 업체들이 중금속 문제가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파악하고, 유사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를 진행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문제가 베트남 측에서 비롯됐다는 명분을 분명히 한 것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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