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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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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보다 AI 더 인간적이다…'MS 비밀병기' 한인 2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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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유망 신기술을 놓치고 몇 년 후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 AI에 투자할 적기를 놓치지 않았다.”(디인포메이션) 2019년 오픈 AI에 투자하기 시작한 MS는 지난해 초 100억 달러를 포함, 총 13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49%를 확보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올 초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등 현 시점에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회사로 거듭났다. 올해는 소형 언어모델(SLM)을 본격 출시하고 있다. 누가 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한인 2세’ 피터 리 MS연구소 사장이 말하는 ‘AI혁명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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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리


피터 리 MS 연구소 총괄사장은 이 같은 생성 AI 시대 MS의 약진을 이끈 주역이다. 그는 오픈 AI에 대한 내부 기술 검토를 주도했고, MS 자체 AI 모델 개발을 이끌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그를 지칭해 ‘비밀 병기’(secret weapon)라고 불렀을 정도다. 1960년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2세인 리 사장은 미시간대를 졸업하고 1987년부터 2008년까지 카네기멜런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일했다. 2010년 MS에 합류했고, 연구 부문인 MS 리서치를 이끌고 있다. 2016년에는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만든 국가 사이버 보안 강화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리 사장에게 생성 AI의 다음은 뭔지, 멀티모달 AI 시대 기술은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물었다.



1) “비싸고 큰 LLM만이 정답 아냐”…‘더 작고 더 싸게’ SLM 연구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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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리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총괄 사장이 올해 1월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포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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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더더더 크게’를 외치며 거대언어모델(LLM) 키우기 경쟁에 나섰던 AI 업계 분위기가 올 들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생성 AI 열풍을 주도해 온 MS가 지난 2월 올해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소형 언어모델(SLM)을 꼽았던 게 시작이다. MS 내에서 SLM 연구를 주도하는 게 ‘비밀병기’라 불리는 리 사장의 그룹이다.

Q : 왜 최근 들어 SLM을 강조하나.

A : “클라우드에 연결할 수 없거나 로컬 디바이스(스마트폰 같은 개별 기기)로 추론이 제한되는 경우 혹은 빠른 응답이 매우 중요한 경우에 SLM이 유용할 것이다. 단순한 작업만 수행하면 돼 비용을 줄이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Q : SLM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날까.

A : “농업 분야가 대표적이다. 농장에 AI가 필요할 때, 기존 LLM은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우리가 개발 중인 SLM인 경량 파이(Phi) 모델은 클라우드가 아닌 개별 기기에서 작동할 수 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꼭 모든 AI 서비스에 비싸고, 큰 LLM이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SLM을 주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면을 끓이는 데 굳이 미슐랭 셰프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Q : 지난해 “오픈 AI 모델에 비해 더 작고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SLM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고는 4월에 소형 언어모델 제품군인 ‘파이(Phi)-3’를 발표했다.

A : “파이-3는 추론 및 문제 해결 능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MS 리서치는 데이터 큐레이션(데이터의 활용 가치를 높이는 활동) 혁신을 통해 파이-3가 추론 및 문제 해결 작업에서 10배 큰 모델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클라우드뿐 아니라 노트북·스마트폰과 같은 엣지(edge)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모델을 만든 MS의 AI 리더십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2) 클라우드 아닌 개별기기 작동…보안 염려 적어 일상 파고들 듯



Q : 기존 비즈니스와는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나.

A : “MS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골라 쓸 수 있도록 MS 애저(클라우드 서비스)에 오픈 AI 모델뿐 아니라 여러 AI 모델을 추가했다. 파이-3는 이런 전략에서 중요한 이정표다. 과거엔 선택지가 LLM뿐이었다면 앞으로는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모델을 고를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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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지난해 12월 구글이 멀티모달 모델(텍스트·음성·이미지·영상 등 여러 데이터를 입출력할 수 있는 모델) ‘제미나이 1.0’을 공개한 이후 본격적으로 멀티모달 AI 시대가 열렸다. 오픈 AI, MS도 뒤이어 멀티모달 모델을 출시했다.

Q : MS는 어떻게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고 하나.

A : “앞으로 의학 및 과학적 발견에 멀티모달 AI를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MS 리서치는 전 세계 전문가들과 협력해 생성 AI가 단백질과 관련된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합성하고 통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용 신소재와 결핵 치료제 설계를 위한 새로운 분자를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다.”

MS는 지난달 미국 비영리 의료 네트워크 ‘프로비던스’ 등과 실제 데이터로 사전 훈련된 디지털 병리학을 위한 AI 모델 ‘기가패스’(GigaPath)를 공개했다. 기가패스는 환자에게서 채취한 조직 샘플의 디지털 이미지를 분석해 암을 진단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델이다.

Q : 적용 대상 중에서 좀 더 도드라지는 분야가 있을 것 같다.

A : “가장 흥미를 느끼는 두 분야는 의료와 교육이다. 이미 의료 분야에서는 AI가 의사와 간호사의 메모 작성 및 행정 서류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리 사장은 지난 4월 MS 팟캐스트에 출연해 “의사가 노트북으로 타이핑을 하는 대신 환자와 눈을 마주치고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에 AI가 쓰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GPT-4가 의사 대신 환자에게 e메일을 작성했을 때 환자들이 의사가 직접 작성한 메모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평가했다”고도 했다. ‘공감이 의학의 핵심 중 하나’라는 사실을 오히려 감정이 없는 AI가 데이터를 통해 배웠다는 것이다.



3) 다양한 사이즈·비용의 AI 모델…용도에 맞춰 고르는 시대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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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Q : 지난해 메타는 오픈소스 AI 모델 ‘라마2’(LLa MA2)의 상업적 이용을 허용했다. 라마2 이후 오픈 소스 AI의 기술 발전도 매우 빠르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 “MS 리서치는 연구를 공개적으로 게시했을 때 지식과 기술에 대한 접근이 민주화돼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AI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과학계, 학계, 비영리 단체, 업계 종사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MS의 논문을 볼 수 있다. 파이-3를 배포한 것도 그 예다.”

Q : 결론적으로 오픈 소스 AI에 동의한다는 건가.

A : “오픈 소스 모델이 가진 위험성을 고려해도 다양한 방식으로 배포되는 모델과 선택지가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이다. 오픈 소스를 포함한 다양한 옵션의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고 본다.”

Q : AI가 생성을 넘어 예측과 추론까지 하게 되는 일이 일어날까.

A : “AI 시스템이 추론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추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오늘날 컴퓨터 과학 연구의 핵심 논쟁거리다. LLM은 계속해서 전문 벤치마크를 능가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런 테스트는 제한적이다. 지금은 여러 면에서 전구가 존재하기 전의 전기 발명과 비슷하다. 우리는 기술의 놀라운 변곡점에 서 있다. 계획을 세우거나,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능동적으로 학습하는 능력과 같은 특정 능력은 지금으로선 어렵다. 미래의 AI 시스템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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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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