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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작심한' 이원석, '야당 대표' 저격…국회의원 범법 행위까지 나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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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분간 직접 작성 입장문 발표…대검 차장·부장들도 동석

'검수완박 시즌2' 대응 자제했지만…對 여의도 갈등 커지나

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제출에 따른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4.7.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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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정재민 기자 = 정치적 문제에 말을 아껴왔던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직격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 총장이 직접 입장문을 작성한 데다 기자회견까지 자청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총장을 움직인 첫 번째 이유는 검사 탄핵이 검찰 조직 자체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사를 이유로 검사가 탄핵당한다면 앞으로 정치권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검찰 수장으로서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또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이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즌2'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명분이 약한 검사 탄핵에서 밀린다면 앞으로 예고된 검수완박도 막아내기 어렵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 이 총장, 입장문 직접 작성…차장·부장검사 모두 동석

이 총장은 2일 오후 2시 57분부터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30여분간 자신이 직접 작성한 입장문을 발표한 뒤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물론 대검 부장들도 모두 동석했다.

이 총장은 이번 탄핵안을 '위헌·위법·사법·보복·방탄탄핵'으로 규정했다. 또 실무를 담당하는 검사를 탄핵해 직무를 정지시키고 수사와 재판에서 떨어뜨려 놓는 것은 부당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법이 아무리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내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했다고 해서 그 검사를 탄핵해 수사·재판에서 배제하는 이런 탄핵안이 발의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우리 국민이 제헌헌법부터 87년 헌법까지 이 헌법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흘린 피와 땀이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이를 짓밟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원, 뇌물 받은 의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보조금을 떼 먹은 의원, 의사당에서 폭력 행사한 의원, 대북제재가 돼 어디에 쓰일지 모르는데 북한에 거액을 송금한 의원, 보좌진을 추행한 의원, 부동산 투기한 의원, 위원회 시간에 가상자산 투자한 의원이 탄핵되는 것을 보았는가"라고 국회의원의 범법 사례를 하나하나 꼽기도 했다.

이 총장은 "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국회 문을 닫는가. 검찰도 마찬가지"라며 "검찰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아예 문을 닫게 하는 것은 사람 몸뚱이로 치면 눈과 귀를 도려내는 것이다. 그게 과연 잘하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앞서 대검찰청도 입장문을 통해 이번 탄핵 추진이 "재판을 받는 피고인, 민주당 소속 의원인 변호인과 민주당이 법정을 국회로 옮겨 피고인 자신이 재판장을 맡고 민주당과 국회가 사법부 역할을 맡아 재판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장은 지난해 21대 국회 당시 민주당이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때도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자 협박 탄핵"이라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검찰총장을 탄핵하라"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다만 두 검사에 대한 탄핵 당시 이 총장은 퇴근길 대검 청사를 나서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간단히 언급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점심시간을 물리고 직접 입장문을 작성해 기자실을 찾는 등 강한 항의 의사를 드러냈다.

이 총장의 임기가 두 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우더라도 검찰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쓴소리를 하는데 거침이 없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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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제출에 따른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4.7.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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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개혁 아닌 검찰 폐지…검수완박 시즌2 강경 대응 예고

이 총장은 야당에서 추진 중인 검찰 개혁에 대해 '검찰청 폐지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운 '검수완박 시즌2'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초동과 여의도 간의 갈등은 22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일찌감치 예고돼 왔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2022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남아 있는 수사권을 분리하고 기소권도 배심원을 통해 견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즌2' 추진에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조국당은 공소청법·중수청법·수사절차법 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 4법'을 이달 초 일괄 발의하고, 민주당 검찰개혁태스크포스(TF)도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등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대검 차원에서는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검찰 흔들기'에 적극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검찰이 대검 명의의 입장문과 이 총장의 입장문을 연이어 내놓으며 적극 반발하게 된 것은 이번 탄핵 시도가 '검수완박 시즌 2'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총장은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탄핵 대상 검사 4인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조사에 대한 입장 발표 등 후속 조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그 부분을 살펴보지는 못했다"며 "발의된 의안 전체를 검토하고 나서 위헌성, 위법성, 부당성을 설명드리는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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