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미국증시 휴장일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통상 휴일 전날은 거래량이 적어 비교적 한산하고 주가·지수 변동성도 잠잠한 경우가 많은데다 7월은 여름휴가 시즌이 이어지는 달이기 때문이다.
매년 7월에는 미국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이 있다. 과거 1776년 7월 4일 독립 선언문을 채택한 날을 기념해 매년 7월 4일로 정해진 연방 정부 공휴일이다. 이 날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거래소 휴장을 포함해 미국증시가 전체 휴장한다.
미국 독립기념일과 관련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엄밀히 말해 이날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이 아니라 1776년 7월 4일 독립 선언문을 채택한 날이다. 미국 독립이 공식 승인된 건 파리조약이 체결된 날인 1783년 9월 3일이다.
명칭은 조금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삼일절과 광복절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삼일절은 1919년 3월 1일 독립을 선언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고, 실제로 독립을 기념하는 날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인 독립 국가로 수립된 광복절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삼일절과 광복절 모두 쉬는 날이지만 미국은 7월 4일만 공휴일이고 9월 3일은 휴일이 아니다.
한편 7월은 매년 네 번씩 돌아오는 ‘어닝 시즌(기업들 실적 발표가 몰리는 시기)’이 시작되는 시기다. 현재로서는 각 기업이 정확한 시기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테슬라와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아마존, 메타, 애플 등이 7월부터 8월까지 줄줄이 실적을 발표하고 엔비디아는 9월께 실적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 인하를 예고하자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여름철 증시 랠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휴가가 몰리는 여름철은 보통 ‘거래 비수기’로 통하는데 올해는 금리인하 뿐 아니라 대통령 선거도 이뤄지는 시기라는 점에서 주요 주가지수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월가 분석이 눈에 띈다.
우선 ‘월가의 강세론자’로 유명한 에드 야데니가 세운 미국 시장 조사업체 야데니리서치 분석을 보면, 2023년 5월 말까지를 기준으로 최근 95년간 데이터를 집계해보니 12달 중 상승세가 부각된 달은 4개 달이었다. S&P 500 지수 상승세가 강한 순서대로 보면 7월(평균 1.7%), 4월(1.4%), 12월(1.3%), 1월(1.2%) 순이었다. 그러니까 과거를 보면 매년 7월은 S&P 500 지수가 1.7%가량 오르는 식이다.
이 밖에 샘 스토벨 CFRA 최고투자 전략가는 최근 투자 메모를 통해 “과거 경향에 비춰보면 올해는 대선이 있기 때문에 여름 증시가 다른 해에 비해서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선이 열린 19번의 여름 동안 S&P 500 지수는 평균 3.7% 올랐다”고 밝혔다. 전쟁이 끝난 1945년 이후 S&P 500 지수는 5월 말 메모리얼데이부터 9월초 노동절 연휴까지 이어지는 여름동안 연평균 1.6% 상승에 그쳤다는 점에서 거래 비수기로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7월장 강세
특히 6월에 해당 지수 평균 상승률은 0.1%에 그친 반면 7월은 1.2%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다만 올해는 대선 특수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증시 추가 랠리를 기대할 만하다는 얘기다. 스토벨 최고전략가는 해당 지수가 올해 연말 5470 선까지 오르고 지금으로부터 12개월 후에는 5610 선을 찍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왔다.
지난 6월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최소한 차례는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친 것도 올해 남은 기간 상승장 가능성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미국 투자분석업체 네드데이비스리서치(NDR)가 1970년대 이후 연준이 첫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기 전후 뉴욕증시 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연준이 긴축 정책 사이클을 끝내고 완화적으로 돌아선 경우는 총 13번이었다.
미국 증시가 5월 중 하락세를 겪은 뒤 반등해 내년 초까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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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500 지수는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직전 3개월에도 상승세를 보였고 특히 첫 금리 인하 직후 6~7개월간 해당 지수 평균 상승률은 12% 로 강세가 두드러졌다. 금리 인하가 이어진 주기 동안에는 지수 평균 상승률이 21%에 달했다.
그렇다면 최근에는 어떨까. 코로나19 대유행을 전후한 2019~2023년 7월을 보니 확실히 5개 연도 모두 7월에는 S&P 500 지수가 오름세였다. 7월에 미국증시가 왜 오르는 경향이 있는지에 대해서 아직은 뚜렷한 분석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4월과 마찬가지로 7월도 어닝 시즌 효과를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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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6월에 연 연례행사인 ‘세계개발자대회(WWDC) 2024’에서 인공지능(AI) 로드맵을 공개한 후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탈환한 바 있다. 회사가 이날 행사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맥북 등 자사 기기에 AI서비스를 적용하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한 후 교체 수요 기대감이 부각된 영향이다. 애플은 기기 내에서 인터넷·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구동 가능한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대거 공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애플의 새로운 기능을 두고 “AI를 활용한 인텔리폰(인텔리전스+스마트폰)이 아이폰 등 기기 업그레이드 주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모건스탠리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다만 애플의 새 아이폰은 통상 매년 9월에 나온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당장 AI 호재를 실적으로 확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로 애플이 WWDC를 연 날인 6월 11일부터 12일까지를 기준으로 JP모건과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가 대형 투자사 7곳은 애플에 대해 기존 투자 의견과 목표가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매그니피센트7 실적 관전포인트
마이크로소프트는 주력 사업인 애저와 클라우드 서비스 외에도 AI와 코파일럿 부문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1분기(1~3월) 호실적을 발표했는데 2분기 실적에도 관련 사업 호조가 이어질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코파일럿은 생산성·비즈니스 프로세스(PBP) 부문 전반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이를 다이내믹스 365와 윈도, 팀즈, 보안 및 산업 솔루션으로 확장하고 있다.
깃허브 코파일럿은 180만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다. 이 밖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도비의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와 손잡고 코파일럿을 통합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다른 업체들과 AI 최적화 디바이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모색 중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3월 공개한 AI용 반도체 플랫폼인 블랙웰 사업 실적이 시장 관심을 끌어왔다. 다만 블랙웰이 실제로는 올해 3분기 출시되기 때문에 시차를 감안할 때 본격적인 수요를 확인하기에는 시기상조일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최근 신제품 등을 빠르게 발표하며 투자 수요를 자극해왔다. 5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의 뒤를 이을 제품군의 코드명은 ‘루빈’이며 앞으로 1년 주기로 신제품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루빈 울트라 그래픽처리장치(GPU)에는 12개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반도체를 적용할 예정이며 루빈 플랫폼은 2026년 본격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파벳은 클라우드와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1분기에는 광고 매출이 늘어난 덕에, 올해 초 생성형 AI인 제미나이가 이미지 생성 오류 탓에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악재를 메운 바 있다. 2분기 이후로는 다시 AI 사업 기대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월가 일각에서 빅테크 기업 주가 전반에 AI 기대감이 과하게 반영됐다는 신중론도 따른다는 점에서 실적 발표 이전 과도한 베팅에 나서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메타와 아마존은 각각 광고 매출과 클라우드 매출이 사업 실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두 기업 역시 AI 사업 관련 발표가 나오는지 여부 등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테슬라는 당장 AI와 관련해 슈퍼컴퓨터 프로젝트나 자율주행기술(FSD)보다는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 간 무역 갈등 리스크도 중요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유럽연합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평균 21%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가 수입되지 않지만 유럽은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이며, 테슬라는 독일 기가팩토리 베를린과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유럽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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