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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르포]"리튬부터 흑연·망초까지, 버리는게 없네"...성일하이텍 배터리 재활용 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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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초 준공 제3 하이드로센터 가보니

세계 최대 규모 습식 후처리 생산시설

흑연·망초·폐배터리 부산물까지 판매

아시아경제

성일하이텍 제3 하이드로센터 전경. 사진출처=성일하이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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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전 전북 군산 새만금산업단지에 위치한 성일하이텍 제3 하이드로센터. 같은 달 4일 준공식을 개최한 이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생산 기지다. 블랙 파우더(배터리 재활용 원료가 되는 가루) 투입 기준 연간 4만 톤을 처리할 수 있다. 현재는 1단계로 이중 절반인 2만 톤을 처리할 수 있는 생산 시설이 들어서 있다.

제3 하이드로센터는 습식 방식으로 사용후 배터리를 후처리하는 공장이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설은 전처리와 후처리로 나뉜다. 성일하이텍은 전처리 공장을 리사이클링파크, 후처리 공장을 하이드로센터라고 부른다. 전처리는 폐배터리 등을 분해한 후 블랙 파우더로 만들기까지의 공정이다. 후처리는 블랙 파우더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유가 금속을 추출하는 과정이다.

후처리는 다시 방식에 따라 건식과 습식 방식으로 나뉘는데 성일하이텍은 습식 방식으로 배터리를 재활용한다. 습식 방식은 블랙 파우더를 우선 용매에 녹인 후 각각의 금속에 반응하는 물질을 넣어 원하는 금속만을 추출한다.

이날 방문한 성일하이텍 제3공장은 기존 1, 2공장에 비해 3배의 생산능력을 갖춘 만큼 웅장한 외관을 자랑했다. 9만7622㎡(약 3만평)의 부지 위에 건물 연면적은 6만3326㎡(2만평)에 달한다.

공장을 둘러보기 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일체 사진을 못 찍도록 스마트폰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이었다. "공정 하나하나가 경쟁사에 노출되어선 안 되는 비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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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국산 새만금에 있는 성일하이텍 제3 하이드로센터 정문. 사진=강희종기자


습식 후처리 공정은 침출동에서 시작한다. 침출동 한쪽에는 블랙 파우더가 커다란 톤백(약 1톤을 담을 수 있는 자루)에 담겨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 블랙파우더는 성일하이텍의 전 세계 전처리 공장에서 가져온 것이다. 성일하이텍은 한국을 비롯해 헝가리, 폴란드,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에서 전처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생산한 블랙파우더는 이곳 새만금 1, 2, 3 공장에서 후처리를 거치게 된다.

블랙파우더는 거대한 사일로를 거쳐 침출동으로 옮겨진다. 침출동에서는 블랙 파우더를 큰 초록색 원통에서 황산 용액과 함께 녹인 후 필터프레스 공정을 통해 흑연과 구리, 철 등 불순물을 먼저 분리한다. 회사 관계자는 "흑연과 전해구리는 따로 정제해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성분을 포함한 용액은 파이프를 통해 바로 옆 용매 추출동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추출제를 이용해 코발트, 니켈, 망간의 순서로 목적 금속을 분리한다. 추출제를 넣으면 서로 다른 비중의 물질들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 금속은 결정화 공정을 거쳐 고체 가루인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황산 망간 형태의 상품으로 판매한다. 리튬은 별도의 공정을 통해 맨 마지막에 탄산리튬 형태로 추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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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사이클링을 거쳐 생산한 배터리 원료들. 사진출처=성일하이텍


제3 하이드로센터에서는 1단계 기준 연간 탄산리튬 약 3500톤, 니켈 5280톤, 코발트 600톤, 망간 600톤, 구리 540톤을 생산할 수 있다. 이 제품은 국내외 전구체 기업에 판매한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원료를 말한다. 주요 고객사는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유미코아, CNGR 등이다.

회사 관계자는 "첫 블랙파우더 투입부터 최종 제품으로 생산하기까지 약 2주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9월부터는 공정가동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일하이텍은 향후 원료 공급이 늘어나는 2026년 하반기에는 2단계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제3 하이드로센터는 특히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황산나트륨(NaSO4) 폐수가 발생하는데 이를 대량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성일하이텍은 폐수를 증발, 농축해 일명 망초라고 불리는 황산나트륨 덩어리를 생산해 필요한 곳에 판매하고 있다. 이 시설을 구축하는 데만 300억원이 소요됐고 운영비도 연간 200억원 이상 들어간다고 한다. 수익성보다는 환경을 고려한 설비라고 할 수 있다.

후처리 공정만 있는 3공장과 달리 기존 1, 2공장에는 전처리 시설도 함께 있다. 이날 2공장에 방문하니 삼성SDI가 제작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팩이 해체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용후 배터리는 우선 안전을 위해 방전을 실시한다. 이후 팩과 케이스는 절단기를 이용해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분리한다. 배터리를 담았던 케이스와 각종 전선도 부산물로 판매되고 있다. 배터리셀은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파분쇄기로 이동한다. 회사 관계자는 "1차 파쇄한 분말은 건조기에서 전해액과 바인더 성분을 분리한 후 2차 파쇄 과정을 거친다"며 "회수한 전해액은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차 파쇄기를 거치니 고운 가루 형태의 블랙파우더는 커다란 자루에 담겼다. 이때 전극판으로 쓰였던 구리와 알루미늄은 따로 분리된다.

군산=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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