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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집요했던 北 '예술단 교환방문' 고집…"공연이 주(主), 고향방문은 종(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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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회담사료 공개…北, 지방공연·실황중계도 요구

"北, 공연예술에 중점…공연 통한 南사회 영향력 확대" 노림수

뉴스1

1885년 9월 남북 분단 이후 이뤄진 첫 이산가족 상봉(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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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분단 이후 40년 만인 1985년 9월 첫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남북 예술단 교환 방문을 집요하게 고집했던 상황이 남북회담 문서를 통해 공개됐다.

2일 통일부가 공개한 '남북대화 사료집' 11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984년 11월 20일 남북적십자 예비접촉에서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열릴 예정인 8·9차 남북적십자 본회담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자며 예술인들의 축하공연 교류를 처음 제의했다.

이후 이듬해 8차 본회담(5월 27~30일)에서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 방문이 합의되고, 같은 해 9월 실제 교환 방문이 성사되기까지 북한은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 동수 방문', '지방공연', '공연 실황중계', '포스터 부착' 등 공연 관련 요구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방문 규모를 두고 남북 간 이견이 컸다. 1차 실무대표접촉(1985년 7월15일)에서 우리는 고향방문단 300명, 예술공연단 100명을 비롯해 총 550~560명의 방문 인원을 제의한 반면 북측은 고향방문단 300명, 예술단 300명 등 총 700명을 제시했다.

우리 측은 "방문단의 주축은 어디까지나 고향방문단이 되어야 하고 예술공연단은 거기에 포함되어서 가는 하나의 종(從)이 되어야 한다"면서 "고향방문단 수가 예술공연단 숫자보다 좀 많아야 한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북측은 "예술단 교환공연은 우리 측이 제시한 안이고 고향방문단 교환은 그쪽(남)이 제시한 문제"라며 "두 문제를 다 같이 하기로 한 이상 공정하게 하자면 같은 수로 해야 한다"라고 거듭 '동수'를 주장했다.

북측은 오히려 예술단 교환 방문이 "북과 남 사이에 지금까지 쌓여 온 오해와 불신을 제거하고 민족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도모하는 데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우리 입장에서 예술단 300명도 많지 않다. 우리는 오히려 그보다 좀 더 많아도 괜찮겠다"라고 대규모 예술단 교환을 거론하기도 했다.

반면 고향방문단에 대해서는 "8차 회담에서 합의할 때 상징적으로 하자고 했고 이는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방문단을 교환한다는 그 자체가 의의가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보면 예술단이 주이고 고향방문단이 종으로 된다"는 말도 했다.

또 예술단이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공연을 하자면서 이념·정치적 내용을 배제하자는 우리측 주장에는 "공연 내용에 너무 통제를 가하고 범위를 축소하려 한다"며 반대했다.

당시 북한이 예술단 공연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북측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짙었는데 이번 회담문서를 통해 북한이 실제 이산상봉보다 예술단 공연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남북은 결국 방문단 규모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두차례 비공식 접촉을 통해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 방문 인원을 각각 50명으로 합의했다. 이번 사료에 이 접촉에서의 대화는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합의 과정은 확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번 사료 공개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해 예비검토를 맡은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이산가족보다) 정치적 목적에 의한 예술공연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면서 "북한의 목적은 결국 남한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북은 1971년 8월 20일 남북적십자 간 사상 첫 회담을 연 이래 20여 차례 예비회담과 8차례 본회담을 연 끝에 1985년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방문을 이뤄냈다. 분단 40년 만이자 대화 14년 만에 이뤄진 첫 이산 상봉에서 남측은 35명이, 북측은 30명이 가족을 만났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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