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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프랑스 극우, 다수당 집권 현실화… 마크롱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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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 조기 총선 1차 투표서 대승

33.15% 득표… 사상 첫 제1당 유력

좌파연합 27.99% 범여권은 20.76%

출생시민권 폐지 등 이민 규제 공약

자국 우선… EU 중심 통합 제동걸 듯

마크롱 “RN 맞서 민주적 결집 필요”

극우 거부감 여전히 많아… 변수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국민연합(RN)이 대승을 거두며 무난히 1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회 선거 패배 뒤 조기 총선으로 승부수를 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 치명타를 입게 됐고, 프랑스는 극우가 주류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으며 극심한 좌우갈등이 현실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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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 지지자들과 ‘찰칵’ 프랑스 총선에서 승리가 유력한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가운데)이 30일(현지시간) 자정 무렵 파리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과 함께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파리=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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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내무부가 1일 발표한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RN은 33.15%를 득표해 27.99%의 득표율을 기록한 신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을 앞섰다. 집권 여당인 중도 성향 르네상스가 포함된 선거연합 앙상블은 20.76%에 그쳤다.

1차 투표에서는 총 76명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정당별로는 RN 39명, NFP 32명, 앙상블 2명 등이다.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당선되려면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 당일 총투표수의 50% 이상을 얻어야 한다. 이날 당선자를 내지 못한 지역구에서는 7일 2차 투표를 치른다. 2차 투표는 1차 투표에서 등록 유권자 수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들이 진출한다. 이를 충족하는 후보가 2명 미만이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을 치르며 단순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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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투표의 흐름이 2차 투표에 이어질 경우 프랑스 의회는 RN이 압도적 다수를 점유하게 된다. 일간 르피가로는 이날 최종 득표율을 기준으로 극우 세력이 전체 의석수 577석 중 240∼270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77석의 프랑스 의회에서 과반에 가까운 의석수다. NFP는 180~200석이 예상됐지만, 집권여당인 르네상스가 포함된 선거연합인 앙상블은 60~90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2022년 총선에서 245석을 얻은 것에 비하면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정치 성향이 다른 정당의 대통령과 총리가 함께 정부를 운영하는 ‘동거정부’의 역대 네 번째 탄생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에서 지더라도 대통령직 사임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동거 정부가 들어설 경우 본인이 추진하려던 각종 개혁안은 무산되거나 방향 수정이 불가피해 사실상 국정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RN은 이번 선거 결과로 프랑스 정치 주류로 확고하게 올라서게 됐다. 이에 따라 프랑스의 이민, 안보, 대외정책, 사회보장 정책 등에도 큰 변화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RN이 프랑스에 거주하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18살이 되면 프랑스 국적을 자동 부여하는 출생시민권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불법체류자에게 응급의료를 제외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제한하고 사회복지 혜택도 프랑스 시민에게만 제공하는 등 이민자 관련 복지를 크게 축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경찰의 권한은 폭력행위가 발생한 경우 자동으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강화할 계획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반이민 정책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극우정치 세력은 최근 유럽의회 선거 선전에 이어 유럽 정치 핵심인 프랑스에서의 총선 승리까지 얻어내며 이제 유럽 정치 주도 세력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자국 이익 우선인 극우세력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며 유럽연합(EU) 중심의 통합 흐름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EU 핵심 국가라 국정운영에 RN이 직접 참여해 새판짜기를 시도할 경우 EU 중심 기존 질서가 근본부터 뒤흔들릴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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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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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차 투표까지 마친 최종 결과에서 RN이 ‘압승’의 최종 성적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아직 유럽에 남아 있는 극우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좌파 유권자의 결집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르펜 의원도 “아직 승리가 아니다. 2차 투표가 결정적”이라며 “폭력적인 극좌 정당 손에 프랑스가 넘어가는 걸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수천명의 군중이 파리 시내 곳곳에서 집회에 나서 극우 집권을 반대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이날 “2차 투표에서 RN에 맞서 광범위하고 분명한 민주적·공화적 결집이 필요한 때가 왔다”며 유권자들의 결집을 호소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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